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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 HQ Mar 01. 2016

절정의 순간 직전에 떠나다

절정의 순간을 유보하다

작은 도시고등학교에서 2등 3등을 하던 시점에 그 곳을 떠났다. 그땐 타의였다.

대학교 신입생시절 분과장을 하다 연합회장 제의가 있었다. 난 자의반타의반으로 떠났다.

첫 직장 신입사원시절 핵심인재로 불리며 회장직속부서로 이동했다. 그 순간 난 역시 자의반타의반으로 떠났다.

시민사회단체에 발을 내딛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난 자의로 떠났다.

대학원을 다닌다. 무엇인가 내가 더 부족하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직 더 많은 것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했다. 늘 부족함에 목말랐던 것 같다.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때부터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조직, 막 시작하는 조직, 막 시작하는 사업, 프로젝트에서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서 시작하는 조직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재밌고 신나고 뭔가 내가 새롭게 만들어가는게 좋았다. 힘들었지만...

그런데 그 조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뭔가 더 큰 도약을 이룰 시기가 되면, 난 떠났다. 자의로.

두려웠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뭔가 새로운 궤적을 그리는 건 재밌지만 더 나아갈 역량이, 재능이, 용기가 없었다. 자부심이 부족한 것 일지도 모르지만, 절정의 순간이 두려웠다는 게 더 나은 이유일꺼 같다.

그렇게 늘 새롭게 무언가를 내 스스로 만들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주변의 관심이 많아질수록 난 더 부담스러워지고 그 걸 견디는것이 몹시 힘들었던 것 같다.

자의든 타의든 난 그렇게 절정을 마주하기보다 절.정.의.순.간.직.전.에 그 곳을 벗어나 버렸다.

(그 부담을 딪고 결과를 만끽하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가끔 꿈꾸기도 하지만)

덕분에 그 동안 걸어왔던 길에 좋지 않았던 기억보다 좋은기억이 많다. 부족한 능력을 확인하지 않았기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파고들 자신은 없다. 아마 그걸 내스스로 잘 알고 있어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여전히 절정의 순간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 절정의 순간을 맞이 할 용기가 아직은 없다.

절정의 순간을 결과라고 할 때, 난 그 결과가 아닌 결과로 가는 과정을 더욱 즐겼던 것 같다.

마치 여행의 순간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이 더욱 날 설레게 한 것처럼....

난 꼭 결과를 봐야한다고 생각하지않는다. 그 과정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결과쯤이야 그냥 상상 속에서 추억으로 남겨 두는 것도 나쁘지않다고 생각한다.


순간순간을 따로 보면 순간순간 절정의 순간을 떠난 것이지만 나.라는 존재를 한 궤적으로 보면 계속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지도....그 절정의 순간이 어떤 형태로 올지,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난 절정의 순간에 대한 준비, 절정의 순간에 대한 연습, 절정의 순간의 황홀을 유보하고 있는 것 일지도.....



#절정의순간 #두려움 #결과보다과정 #새로운시작은_언제나_설레임 #절정의순간에대한준비 #절정의순간에대한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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