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8.-17.
20.8.8.
주말을 낀 휴가 첫날이다. 오전 가족이 모두 생협 매장을 들려 휴가 기간 중 먹을 음식재료를 샀다. 아이는 장보기가 재밌는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재료를 보다가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보더니 얼른 장바구니에 담는다. 아이는 장을 보러오면, 자기에게 딱 한 가지만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걸 잘 알기에 더 이상 다른 물건을 담지는 않는다.
오후엔 카페로 가 팥빙수를 먹기로 했다. 얼마 전 받은 쿠폰이 있어 사용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어제까지가 유효기간이었던... 시원한 카페에서 아이는 그림을 그리다가... 앞 자리에서 테블릿으로 영상을 보는 아이들을 발견하곤 살짝 살짝 영상을 보신다. 하필이면 아이가 좋아하는 타요 영상이.... 보다가 안 보는 척하기도 하고 하는 모습이 정말 웃겨서 사진으로 한 장 남겨둔다.
20.8.9.
오전에 근처 농수산물 시장을 간다. 어제 생협에서 사지 못한 재료를 사겠다며 어제 약속을 했던터라 안 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비가 조금 내리고 있어 편하게 도착을 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주변을 산책하다 시장으로 들어갔는데, 어? 많은 곳이 문이 닫혀있다. 리뉴얼 공사와 휴가기간이 겹쳐 문을 열지 않는 집이 많다고 한다. 아...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엄마 아빠 덕에 고생하시는 아이다. 하지만, 문이 열린 시장에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물건을 보고 아이보다 아빠가 더 신났다는... 알고 봤더니, 식재료마트? 였다고.. 어쩐지 식당에서 보던 물건들이 많다고 했다.
아이 머리는 엄마가 깍아주신다. 아이는 그 시간에 영상을 볼 수가 있어 머리 깍는 걸 좋아하신다. 몇 번의 경험이 있기에 잘 자르시겠지....했는데, 이번엔 마음에 안 드시는 모양이다. 예전보다 엄마의 손길이 느려지고 시간도 많이 걸리신다.
20.8.10.
진짜 휴가 시작이다. 우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엄마 아빠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은행 2곳을 들려 상담을 하고 아울렛에서 옷을 사려고 했는데,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비를 쫄딱 맞고 나타난 고객이어서인가? 질문에 대한 첫 대답이....'해당 지점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곳이 어딘지 저희는 모릅니다.' 다시 차근차근 설명을 해도 역시나 대답은 '그 부분은 저희가 상담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뭐지? 은행에서 일을 하는 아는 친구에게 설명을 듣고 주거래 은행으로 가면 상담해줄꺼라고 해서 왔다고 하니, 그제서야 아주 조금 상담을 해 주신다. 하.... 뭐 그럼 다른 은행을 가야지 하고 다른 은행을 갔는데, 거기서는 아예 난 모른다만 계속 하신다. 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지만, 휴가 첫날이니 차분하게 다시 설명을 하지만 역시 달라지지 않는다. 엄마는 '거봐, 반바지에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온 사람한테 자세히 설명하겠어?'라고 하신다. 결국 아는 사람을 통해 다른 지점으로 가니,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신다. 그리곤 '이 정도는 아무 지점에서나 설명해 줄텐데요....'라고 하신다. 엄마의 말이 맞는 걸까? 그래도 앞서 상담을 거절해주신 은행 덕분에 조금 괜찮은 카페를 발견하게됐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으며... 은행을 갈 땐.....
엄마와 아빠는 진짜 오랜만에 차분하게 식사 같은 식사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고, 매운 음식도 마음대로 시켜서 먹을 수 있었다.
20.8.11.
아이와 함께 국립과학관을 찾았다. 낮 시간엔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어, 아침 첫 시간을 예약했다. 다른 사람들 출근할 때 같은 버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게 좋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과학관은 초등학생이 아니면 아직은 조금 이른 감이 있는 듯하다. 전시하고 체험하는 여러 전시물들이 단순히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악기들이 있었던 공간, 물과 모레가 있었던 공간은 초등학생보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을 듯 했다. 과학관은 아이와 함께가 아니라면 어른은 들어갈 수가 없는데, 전시물은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듯.. 이날은 로봇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췄는데, 아이가 엄청 집중해서 봤다. 아빠는 1곡만 촬영을 하고, 2곡은 안했는데, 나중에 영상을 보여줬더니, 아이가 왜? 1곡만 있냐고...따져물으신다. 앞으론 다 찍겠다고 반성하고....
2층에 공룡이 있는 공간에서 갑자기 공룡이 큰 소리를 냈더니 아이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안아주고 같이 가 보자고 했지만 아이는 극구 사양을 하신다. 중간에 그 곳을 지나야 하는데 안 가시려고 한다. 집에 돌아와 과학관 이야기를 하는데, 공룡 소리가 컸다며 이모 삼촌들에게 소리 작게 해달라고 하라고 하신다. 과학관에서 많은 걸 보시고 체험했지만 머리 속엔 오로지 공룡만 남으신 듯...
점심을 먹기로 했던 식당이 문을 닫아버렸다. 어렵게 설득해 간 다른 식당은 코로나19로 9월까지 문을 닫는다고.... 늦어진 점심에 배가 고파진 아이가 짜증을 낼 만도 했는데 어쩐 일인지 별로 짜증도 내지 않으신다. 오랜 만에 엄마 아빠와 함께 외출해서 기분이 좋으셨을 지도...
20.8.12.
어린이집에서 팥빙수를 만드신다고 해서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냈다. 평소 알레르기 때문에 음식을 가려서 먹이는데 요즘은 조금 용감해져서 팥빙수를 먹였었는데, 알레르기 반응도 없고 아이가 너무 가고 싶어해서 보내기로 했다. 원래 가기로 했던 어린이 박물관은 다음으로 미루고... 엄마 아빠는 드디어 아울렛으로 향한다.(엄마 아빠는 쇼핑을 잘 못한다. 우리는 금방 지쳤고, 다시는 쇼핑하러 가지 말자, 그냥 편하게 인터넷에서 구매하자....고 한다. 매번 이런 일이 반복이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는 옷을 더 못산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를 데리고 집에와서 그냥 쓰러져 버린 엄마 아빠.
20.8.13.
아이와 놀고 싶지만, 어제의 피곤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다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엄마 아빠는 거의 5년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 아침 시간이라선가? 아니면 코로나 때문인가 관객이 거의 없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OK 마담........ 우리는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5년만에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본 것에 감동을 받았다. 처음엔 약간 어지럽기도 했지만 이내 곧 적응하고...
20.8.14.
아이가 태어나고 돌잔치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찍자 찍자 말만하다가 큰 마음 먹고 사진관을 가는데, 아이가 투정이 시작된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빠는 개인적 볼 일이 있어 잠깐 사무실에 들렸다가 왔더니, 아이와 엄마 둘 다 토라져 있다. 약속 시간은 다가오는데, 엄마도 아이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투닥거리는데, 조바심이 난다. 짜증을 낼 수 도 없고, 한 구석에 앉아 한 숨만 쉬고 있을 수 밖에.... 어떤 중재도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사진관에 전화해서 늦는다고 할까? 그냥 늦을까? 고민하다가 슬쩍 아이가 입을 옷을 미리 챙긴다. 엄마는 그제서야 시간이 다 되어 간다는 걸 인지하셨는지, 조금 움직이신다. 그러나 아이는 여전히 엄마 다리에 매달려 울기만 한다. 빨리 가야하는데....빨리 가야하는데, 더 늦으면 안되는데..... 사진 촬영 후 일정도 있는데.... 말은 못하고 풀이 죽어 있는데, 드디어 아이가 옷을 입는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은 했는데, 아이가 기분이 영 아닌 모양이다. 사진작가도 그런 아이의 표정을 읽으셨는지, 조금 있다가 찍자고 하신다. 아이와 여기저기 사진관을 둘러보다 아이가 조금 풀어진 듯해 사진을 찍는데, 영 표정이 안나온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아이가 더 이상 안 찍겠다고 하신다. 조금만 더 찍자는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먹히지 않았고, 더 해봤자 아이 짜증만 늘 듯해 촬영은 마쳤다. 가족사진을 찍는 사진관이 아니라서 아이를 시선을 잘 못 잡으신 듯하다고.... 엄마에게 왜 이 사진관을 예약했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사진작가의 열정만은 인정해주셨다.(블로그에 말이지, 프로필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해서 전화로 3명 가족사진 찍으시냐고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시다 그러자고 하셨을 때, 살짝 눈치를 챘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서점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사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20.8.15.
오전에 비가 많이 내려서 집에만 있었는데, 아이 보다 아빠가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마침 비가 잦아들어 아이를 설득해 카페를 갔다. 이번엔 새로운 곳을 가보자고 설득해 갔는데, 와~ 아이가 너무나 좋아하신다. 블루베리 요커트를 시키신 아이는 그게 너무 맛있는지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으신다. 긴 의자에 앉아 놀잇감을 가지고 놀다가 아빠 연필과 종이로 그림도 그리고 엄마와 재잘재잘 이야기도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너무 편안해서 집에 가고 싶지가 않을 정도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아이가 놀이터에 가시겠단다. 비가 와서 젖어서 안된다고 했더니, 자기가 닦겠다고 한다. 뭐지? 하고 봤더니 이미 아이는 온몸으로 그네와 시소와 미끄럼틀을 닦고 계신다. 하.. 엄마 말로는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을 가지고 계시다고, 동네 아이들은 우리 아이에게 고마워해야할 꺼 같다고, 젖은 놀이기구를 다 닦아 주신다. 어차피 빨래는 세탁기가 하니...
20.8.16.
아이는 생애 첫 뮤지컬을 보시러 가는 날이다. 안 가겠다고 싫다고 하시고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는 계속 긴장된 상태로 조용히 앉아 계셨다. 벽에 걸린 그림들이 마음에 안 드셨는지, 표정도 별로다. 공연 보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달래며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무대 조명이 꺼지고 갑자기 연기자들이 나타나니 아이가 깜짝 놀라 엄마 품에 안긴다. 그래도 시선은 연기자들에게 집중. 신나는 음악과 율동이 나오지만 아이는 꿈쩍도 안 하시고 앞만 보고 계신다. 연기자들이 호응을 유도해도 전혀 반응도 없으시다. 거의 뮤지컬이 끝나갈 무렵 아이는 작음 몸짓으로 연기자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신다. 역시 아이는 익숙해져야 즐길 수 있나보다. 뮤지컬이 끝나고 난 후 아이는 의외로 뮤지컬이 좋았다며 다음에 또 가자고 하신다. 물론 주인공은 타요와 뽀로로가 되어야 한다. 아! 북극곰도 나와야 하고. <신비한 놀이터>라는 뮤지컬.
늦어진 점심에 다시 짜증이 나신 아이를 데리고 어렵게 점심을 먹고(심지어 주문하고 30분이 지나서야 음식이 나오는 바람에 더욱 힘들었던.....)
20.8.17.
이제 휴가 마지막날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집에 있기로 한다. 그러나! 역시 아쉬움에 집 근처 카페로 가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