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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 HQ Aug 26. 2022

형아가 될 아이

2020.9.16.

2020년 9월 16일에 기록한 글이다.

당시 우리는 유산 경험이 있다보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게 조심스러웠다.

비공개로 써 놓고 저장만 해 놨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잊고 있었다.

얼마 전 부터 다시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 들춰보고 다니다보니 지금 이 글이랑 몇 몇 글들이 있었다.


하나씩 하나씩 꺼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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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뭐래요?’

‘쌍둥이래요! 어떻하지?’

엄마 목소리엔 걱정도 조금 있지만, 기쁨이 한 가득이다.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지만, 오랜 시간 끝에 아이가 생겼다.

2년 전, 짧은 기간 엄마 배속에 있던 아이가 태명을 제대로 짓기도 전에 우리 곁을 떠났다. 엄마에겐 더 건강한 아이로 다시 오려고 잠시 우리 곁을 떠난 거라며 위로를 했지만, 우리는 한 동안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었다. 1년이 흐른 뒤, 이제 곧 다시 올꺼라는 기대로 노력을 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혹시 내가 삶을 잘못 산 응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그저 곧 올 꺼라는 근거 없는 이야기만 하다가 난임치료 병원을 찾았다.

처음엔 금방 쉽게 될까라고 편하게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껜 아내 건강이 더 걱정이니,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법부터 하자고 했고, 그게 오히려 아내를 더 힘들게 3번을 더 시도하고야 말았다.


의술의 힘을 빌리지만, 한편에선 아이는 인간의 의지로 되는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깨닫는 긴 시간이었다.


8월, 하나냐? 둘이냐? 결정할 때, 이미 몇 번의 실패와 아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며, 혹시 쌍둥이가 생기더라도 하나라도 많이 시도하는 게 좋겠다 싶어 둘을 선택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 이번에 아이가 우리를 찾아왔다. 그것도 둘이나!


여기저기 검색을 하니 주의해야할게 더 많고, 우려되는 부분도 많지만, 우리 부부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집을 어린이집 근처로 이사해야할 것 같고, 첫째 아이 초등학교도 고만해야하고, 아이들이 집에서 마음껏 뛰려면 1층이어야하고, 이제 차도 있어야하는데, 큰 차가 필요한데 둘다 운전을 못하니 운전도 배워야하고....


그런데, 무엇보다 첫째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다. 동생이 들이나 생기면 그 동안 받아왔건 엄마 아빠의 사랑을 뺏긴다고 생각하고 아파할꺼 같고, 그렇지 않지만 또 아이 둘을 동시에 돌보다보면 첫째 아이에게 소흘하고 그게 또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고, 최대한 첫째 아이에게 엄마아빠의 사랑이 결코 변하지 않았다는 걸 또 계속 느끼게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도 걱정이다.


또 계속 늦게까지 일할께 빤한 아빠 때문에 엄마는 힘들꺼고.... 양육비도 걱정이고....


하지만 그 모든 걱정보다, 엄마가 원했던 아이 셋이 생긴다는 기쁨이 크다.


그렇지만, 지금 첫째 아이에게 하고픈 말은 삶이란 늘 내뜻 내가 원하는데로만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지금 당장은 서운하고 아프겠지만 그 동생들이 자라면서 더 큰 힘이 되어줄꺼라는 이야기, 그렇다고 그 미래를 위해 아파도 참으라는 건 아니라는 거, 마음에서 말하는 이야길 듣고 그 감정을 엄마아빠와 솔직히 이야기하고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형아니까 꼭 양보해야하거나 동생들을 배려하거나 엄마아빠 말을 잘 듣고 도와줘야하는 건 아니라는 거, 스스로 감정을 추스릴 수 있고 그 감정을 표현하고 다듬어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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