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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 HQ Dec 07. 2021

아이의 감정을 읽는다는 건

큰 소리와 발 쿵쾅

아침 통근버스에 올라 자기가 앉고 싶은 자리를 탐색하다가 결국 다른 사람이 앉아버리자,

갑자기 '안 앚을 래!, 서서 갈래!'

일단 심사가 뒤틀리셨다. 마음 속 깊이 우러나는 우려가 현실이 된다.

아이는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버티신다. 동화책에서 본 이야기를 하며 안전벨트를 매야한다는 이야길 했지만, 요지부동이시다. 차가 출발하기 전에 안전벨트를 맸지만 동시에 큰 소리를 내신다.

 '아악!, 아~악!'

'원하는 걸 못해서 화가 날 수 있는데, 그래도 소리를 지르면 다른 분들이 불편해 하잖아요'

'아~~~악!'

더 크게 소리를 치신다. 더 이야기를 하면 더 큰 소리를 낼까 싶어 그냥 냅뒀더니, 이제는 발을 쿵쿵, 앞 자리를 발로 차기도 하신다.

또 '화가 나고 슬프구나, 그런데 그래도 앞에 계신 분이 불편해 하는데.....' 그랬더니, 이제는 바닥에 발을 쿵쿵하신다. 휴...

아빠는 순식간에 어떻게 해야할지를 결정해야하는데, 잘 모르겠다.

책에서는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이해해주라고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추수릴때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상황을 쉽사리 용납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무작정 안돼 라고 말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원하는 자리에 앉지 못해서...'

'아니야~ 아~~ 악! 싫어!'

'화가 나고 슬프겠구나, 화가 난 건 아는데.......'

'아~~~~ 악!'

뭔가 말을 하려고 하면 바로 즉각 대응을 하신다. 올라오는 화를 누르면서....잠시 가만히 있다가....건조한 아무 건조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목소리(아빠 생각에)로

'그래도 소리를 지르거나, 발을 쿵쿵하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는데, 그러면 안되잖아요..'

아이가 진정이 된 모양이다. 소리를 지르지도, 발을 쿵쿵하지도 않으신다. 대신, 눈물을 흘리신다.... 주르륵..


둘은 아마 말도 행동도 없이...... 아빠는 빨리 차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고...

내려야할 시간이다. 그런데 이건 또

'안 내릴래!'

'지금 내려야 친구들도 만나고, 선생님도 만나서 놀 수 있는데? 그래도 있을래요?'

답이 없다.

손을 잡고 내리려고 했지만, 손을 뿌리치신다. 결국 안고 내렸다.

안고 걸어가는데, 몸을 아빠쪽으로 푹 기울이시곤 훌쩍이신다.

'원하는 자리에 앉지 못해서 화가나고 슬펐구나'

'그런데, 앉고 싶은 자리에 바로 앉아야하는데, 어디에 앉을까 왔다갔다 하다가 못 앉았으니까, 내일 부터는 원하는 자리에 바로 앉으면 어떨까?'

'.........'

왠지 조용한 걸 보니, 이제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아빠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나보다.

안고 가면서 아이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해주고, 그렇지만 화가 난다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건 아니란 걸 설명했다.(이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답이 없는 걸 보니, 인정은 하신 듯...)


어린이집 문 앞에 도착해 내려놓으니, 문 밖으로 나가신다. 휴....

잠시 아주 잠시 가만히 두었다. 나름 자기가 감정을 추수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듯해서..

조금 후 아이 옆으로 가 다시 안고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 잠시 꼭 안아줬다. 말없이.

한 참 안겨 있던 아이에게, 선생님이

'친구들 와 있는데, 같이 가서 놀까?' 했떠니, 바로 들어가신다.

휴... 하루의 시작이 어렵다.


아이의 감정을 읽는다는 거, 읽는 건 알겠는데, 읽고 나서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책에서 말하는 모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내용은 다 알겠는데, 그게 현실에서 그럴 수 있는 시간이나 조건이 안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그냥, 아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기준만으로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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