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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 Dec 13. 2022

채용 인터뷰

떠나간 팀원들과 다가올 팀원들

나는 최근 몇 번의 채용을 실패했다. 최대한 많은 것을 주입하려 했으나 당사자가 버거워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옆에 꼭 붙어서 하나하나 알려줄 수 있는 짬이 나지 않았다.

나는 팀원들이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적인 부분을 이해하며 일을 하기를 원했다. 이 Task가 우리 비즈니스의 어떤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며 업무를 수행하기를 바랬다. 일을 할 때 왜 문제를 정의해야 하고, 왜 가설을 세워야 하며, 왜 측정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를 바랬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왜 시장 규모를 추정할 수 있어야 하고, 왜 비즈니스 모델이 뭔지 이해해야 하는지 알기를 바랬다. 왜 내가 신입 교육에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알려주고 있는지 이해했으면 했다. 이들이 이 안에서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은 없기를 바랬다.


팀원들에 대한 나의 욕심이, 나 개인이 마음먹는다고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팀원들을 제대로 기를 수 있는 조직 단계가 있는 것이고, 우리는 아직 주니어도 1인분을 해내야 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키워야 하는' 사람을 맞이했을 때, 조직보다는 개인에게 더 큰 상처가 남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최근 인터뷰 기준을 대폭 높였다. 사람을 가르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큰 일이다.


오늘은 한 지원자를 만났다. 프로덕트 매니저를 지망하여 꽤 늦은 나이에 직무 전환을 시도하는 그가, 주제넘게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커리어 내내 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써 잘 이해는 가지 않는다만, ‘프로덕트 매니저 부트캠프'가 생겼다고 했다.

개발자 사이에서는 OOOO 학원 출신의 개발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 학원에서 배워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력서와 다룰 수 있는 언어가 비슷하고, 도저히 짧은 기간 내에 습득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이야기다.

프로덕트 매니저도 그런 '선망하는' 직군이 된 건가 싶어 별일이다 생각했다. 그래도 몇 마디 나눠보니 생각보다 꽤 체계적으로 배운 듯했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니, 역시. 짧은 기간 동안 배울 수 있을만한 분량과 내용은 아니었다. 너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더 성심성의껏 인터뷰를 했다. 지원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했다.
굉장히 말을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나의 태도가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 먼저 양해를 구했다(그 말조차 젠틀하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의 장점이 무엇이 있을지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질문을 했고, 짧은 시간이나마 학습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포트폴리오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아직 다음 프로세스를 진행할지, 하지 않을지 결정하지는 못했다. 다음 단계는 이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검증할 것이다. 예전엔 회사가 너무 비정하다 나이브하게 생각했지만, 만일 그와 우리가 핏이 맞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앞선 단계에서 결정을 지어주는 게 그의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다만 최대한 자세한 피드백을 전달할 것이다. 요즘은 탈락 처리 후 피드백 작성에 30분에서 1시간은 할애하는 듯하다. 짧은 인연이지만, 지원자가 조금이나마 얻어갈 게 있길 바라는 내 진심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가끔 자기 전 자리에 누으면, 좋지 않게 떠나야 했던 팀원들이 생각난다. 그들에 대해 나의 보스와 참 많이도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들 아직 어린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을까. 비슷한 또래의 자녀가 있는 그분도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아하신다는 걸 잘 안다. 말씀은 잘 않으시지만.

부디 우리 조직이 준비가 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를, 그들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 자책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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