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이 말하셨다. 뮤지컬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나는 공연을 보러 간다는 말에 금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올 초 담임 선생님은 가정에 어려움을 알고 민간 기업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장학금을 받도록 선생님께서 앞장서서 일들을 추진했다. 수혜자가 되면 일지, 활동 계획서, 후기 등 다양한 업무가 주어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멘토가 되어주셨다. 그래서 장학금을 받았고 덕분에 그동안 해볼 수 없었던 다양한 것들을 했다. 그중 하나가 문화생활이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금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자 선생님 남편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니 기분이 묘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가족의 완전체가 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 같아서, 그만큼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특별하고 새로웠다.
차를 타고 이동한 지 어느 정도 지났을 무렵 멀리서 공연장 외관이 보였다. 외관이 너무 아름답고 웅장해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차 유리에 두 손을 얹고 "와아!"하고 소리를 질렀다. 건물 외벽에 큰 천막이 출렁이고 있었다. 천막 위로 오늘 관람하는 '지킬 앤 하이드'가 적혀 있었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로비에서 티켓을 받고 서 있는데 선생님의 지인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10명 정도 되어 보였던 사람들은 모두 고급스러운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선생님과 안부인사를 하더니 이내 티켓을 내밀며 말했다.
"이제 들어갈까요?"
티켓에는 VIP석이라는 글자가 뚜렷이 보였다. 그러자 선생님이 손으로 티켓을 살짝 밀어 보였다. 그리고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오늘 우리 반 학생이랑 뮤지컬을 보려고 해요."
그 말을 듣고 놀란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예약한 좌석은 S석이라 VIP석에 비해 좋을 것이 없었기에 나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닌가 싶어 신경이 쓰였다. 그러자 선생님은 걱정 말라는 듯이 내 어깨를 더욱 꽉 잡아주었다.
공연 관람을 준비하던 중 차에 놓고 온 안경이 떠올랐다. 2층이라 안경이 없으면 사람들 얼굴을 보지 못해 걱정이 되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자 선생님은 자신의 안경을 벗어 주며 말했다.
"선생님은 이런 공연을 자주 보니 걱정 말고 인희가 안경을 쓰렴."
괜찮다며 거절했지만 선생님은 끝내 안경을 돌려받지 않으셨다. 안경을 써보자 꼭 내 것을 낀 것처럼 잘 보였다. 덕분에 배우들의 표정과 손짓하나 놓치지 않고 관람할 수 있었다.
뮤지컬은 대단했다. 공연을 처음 봤던 나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두 손을 모으며 공연을 보았다. 대단한 작품과 배우들의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무엇보다 멋진 작품 앞에 내가 있고, 내 옆에 선생님이 있어서 더욱 특별하고 소중했다.
집으로 가는 길.
공연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쉴 틈 없이 이야기를 했다. 좋았던 것들을 나열했는데 도통 끝나지가 않았다. 선생님은 그 모습을 백미러로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특별한 말 없이 한참 미소만 지으셨다.
차 안에서 어렴풋이 우리 집이 보였다. 나는 주섬주섬 짐들을 챙기다 말고 용기 내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