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었던 현장학습

내 과자를 빼앗은 선생님

by 이니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동네에서 가장 큰 마트를 갔다. 엄마는 김밥 재료들을 바구니에 담았다. 나는 직접 만든 김밥을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마트를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사실 내일 있을 유치원 현장학습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나의 관심은 오직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 준비하는 과정에 있었다.

과자코너에 갔다. 엄마는 내일 먹을 과자를 골라보라 했다. 봉지과자를 하나씩 보았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때 고개를 들자 '오뜨'라는 과자가 눈에 들어왔다. 종이박스로 포장되어 고급스럽게 보이는 케이크였다. 가격이 비싸 보여 선뜻 먹고 싶다 말하지 못했다.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아낄 마음으로 말했다.

"먹고 싶은 게 없어."

그러자 엄마는 현장학습 갈 때 간식이 필요하다며 다시 하나 골라보라 말했다. 그래서 나는 평소 좋아하지도 않고 먹고 싶지도 않았던 '바나나 킥'을 들었다. 이게 가장 먹고 싶은 과자라고 거짓말했다.

계산대에 물건을 올리는데 아까 보았던 ‘오뜨’가 자꾸만 생각났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엄마 눈치를 살피다가 지금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 냈다. 카운터 직원이 ‘바나나킥’을 계산하려는 것을 보고는 서둘러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바나나킥' 말고 다른 거 먹어도 돼?"

엄마는 밑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상함을 느끼고 쭈그려 앉더니 눈을 맞추며 말했다.

"당연하지. 다른 과자가 먹고 싶어?"

"응. 비싼 것도 괜찮아?"

"그럼. 어서 가서 먹고 싶은 걸로 바꿔와."

"진짜로?"

“응.”

나는 몇 번이나 확인한 뒤 과자코너로 달려갔다. ‘바나나킥’을 놓아두고 아까 눈여겨보았던 '오뜨'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전속력을 다해 계산대로 달려갔다.

집에 가는 길에도 ‘오뜨’를 빤히 보았다. 과자곽 디자인도 꼼꼼히 보았다. 혹여나 구겨질까 조심히 과자를 안았다. 동시에 엄마 눈치를 살폈다. 나 때문에 돈을 많이 쓴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다음날.
현장학습을 가는 유치원 차량을 탔다. 날씨가 좋아 기분이 좋았다. 가방 안에 ‘오뜨’가 들어있어서 유치원 가방 가죽이 삐죽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부분을 손으로 만지며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라 웃어 보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나와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선생님이 내 허벅지 위에 올려진 가방을 가져가며 말했다.

"인희야, 오늘 어떤 거 가져왔니? 가방 좀 보자."

가방을 열어서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오뜨’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맛있는 과자 가져왔네. 이거 선생님 먹어도 되지?"

선생님은 내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신의 가방으로 ‘오뜨’를 넣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울음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물을 참으려고 입술에 힘을 주었다.

이후로 나는 도저히 웃음이 나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었다. 선생님이 '오뜨'를 가져가는 장면이 자꾸만 생각났다. 끔찍한 현장학습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유치원 차량에서 내렸다. 엄마가 번쩍 들어 안아주었다. 나는 그대로 엄마 품에 폭 안겨있었다. 집으로 걸어가며 엄마가 물었다.

"잘 다녀왔어? ‘오뜨’는 맛있었어?"

나는 차마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지 못했다. 엄마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했다.

“응. 정말 맛있었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