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유독 자기혐오가 심한 나. 사람들의 장점은 너무도 잘 보이지만 스스로는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지적으로 유능하거나, 내가 못하는 걸 잘하거나, 많은 이유에서 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걸 알지만 결국 비교하고 슬퍼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나는 불행하다.
며칠 전 집에서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을 때, 내 못난 점이 암흑 속에서 하나 둘 떠올라 잠에 들 수 없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저려 와서 불을 켜고 의자에 앉았다. 막연히 슬퍼지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서 빈 종이에 아무거나 끄적여 보았다. 그날 밤을 지새워 결론지은 것은 내가 멍청하다는 것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나는 내 스스로를 규정했다. 머리가 나쁘고 멍청하다고. 분명히 아이큐가 2자리 일 것이라고 단정 지으며 안일하게 살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안 좋은 결과는 내가 멍청한 탓에 생겼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못하는 것, 연기를 못하는 것, 몸매가 뚱뚱한 것, 말실수를 자주 하는 것, 이 순간이 불행한 것들 모두 다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다.
1년 전 우연히 ‘경계선 지능’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는데 그 순간부터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내가 못난 이유들이 내 잘못이 아닌 것처럼 포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사람들에게 내가 경계선 지능이라는 말을 했다. 정말 경계선 지능인지, 아이큐가 낮은 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편하게 쉬고 싶었던 것 같다.
종이에 여러 가지를 써 내려가다 보니 눈물이 흘렀다.
'난 왜 이렇게 못난 점이 많고 멍청할까?'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나는 어째서 잘하는 것도 없을까?'
'왜 이렇게 불행할까?'
그 순간에도 나는 누군가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한심스럽게 생각할지 상상했다. 결국 타인의 시선을 철저하게 의식하고 나를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들의 시선에 좌지우지되니까 사람들과 만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짙어졌다. 나중에 정말 그들을 잃어보고 후회해야 이런 마음들이 고쳐지게 되는 걸까.
장점과 단점을 써보았다. 장점은 4개 정도였는데 단점은 끝도 없이 써졌다. 나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이 너무 많아서 이루지 못하는, 잘하지 못하는 것들이 모두 단점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바라는 내 모습. 내려놓고 하나씩 해야 하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마음이 급해졌다.
행복한 순간에도 불안함을 느낀다. 이 행복이 언젠가 끝이 날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자존감 자가 테스트를 했다. 26개의 문항 중에 25개에 해당되었다. 심각하게 자존감이 낮은 사람. 지금 당장 자존감 회복에 힘을 써야 하는 사람이란다.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나.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우울함과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