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나 먹으러 가자!

연기수업을 그만둔 이유

by 이니

연기학원 입시비는 한 달에 70만 원, 엄마가 버는 돈은 80만 원이었다. 결국 나는 3달 남짓 학원을 다니다가 보컬 수업만 듣기로 했다. 도저히 엄마에게 부담을 줄 수 없었다.


답답했던 기숙사를 뛰쳐나와 연기학원을 다니겠다고 말했을 때, 혼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엄마는 말했다.


"하고 싶으면 해야지. 내일부터 학원 알아봐."


그래서 함께 상담을 갔다. 엄마는 학원비가 70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별 반응 없이 결제를 진행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5일 동안 연기, 무용, 보컬 수업을 골고루 받는 입시반을 들어갔다. 그런데 입시반을 나와 보컬 수업 1시간만 꼴랑 받는다는 것은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었다. 함께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과 완전히 다른 상태에 놓이는 것을 의미했다.


매일 수업을 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내게 너무 가혹하고 잔인한 일이었다. 혼자 연습실에 덩그러니 앉아서 무언가 준비를 해보려고 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몇 번 보았던 걸까. 어느 날 연기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러서 이야기했다.


“인희야, 선생님 수업에는 너도 그냥 들어와서 수업을 들으렴. 굳이 친구들에게 말은 하지 말고.”


선생님은 돈을 내지 말고 수업을 들으라고 말씀하셨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신경 써주신 선생님이 너무나 감사했다. 그렇게 다시 수업을 받게 되었다.


친구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어쩌다 다시 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했다. 모두들 다시 돌아와 기쁘다고 했다.


그러던 중 3주째 되던 날에 선생님은 준비를 하다 말고 나를 다시 불렀다. 작은 대기실에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애들이 관리자와 이야기를 했나 봐. 컴플레인을 걸어서 오늘부터 같이 수업하기 힘들 것 같아. 미안하다. 인희야."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는 서둘러 교실을 나와 연습실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을까?'

'친구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처음에는 수업을 듣지 못하도록 만든 친구를 미워했다. 함께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라 느꼈는데 무언가 배신당한 것 같았다. 그러다가 친구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돈을 내고, 누군가는 돈을 내지 않는 게 충분히 부당하다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 옆방에서 친구들이 연기수업받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수업을 듣는지 벽에 귀를 대 보았다. 높낮이가 다른 목소리가 웅웅 거리는 소리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들 열심히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는 더 힘을 내야지!'


마음을 먹었다. 무조건 올해 안에 학교를 가야겠다고. 입시라는 것을 또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빨리 독립해서 엄마에게 짐을 덜어주겠다는 욕심을 가졌다. 하지만 무언가 공허하고 슬퍼져 힘이 빠졌다. 쉽게 단단해지지 않았다.

복도에서 수업을 마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연습실 문을 열고 나갔다. 친구들이 나를 발견하고 이것저것 물었다.


"인희야, 왜 수업 안 왔어?"

"이제 수업 안 와?"

"우리 오늘 재밌는 거 배웠는데 아쉽다."



"응. 연기는 안 배우려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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