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데 노력은 하기 싫어요.

꿈에 도달하기 위한 지옥 같은 나날

by 이니

예전에는 내가 어떤 걸 이뤄내지 못하면 가난해서 못하는 거라며 핑계를 댔다. 요즘은 먹고살만하니 바쁘다는 핑계를 댄다. 한가해지면 또 어떤 핑계를 대고 있을까?

누군가 내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매번 고민도 없이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 돌이켜보면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전념해본 적 없다.

대학교를 다닐 때도, 무대에 서더라도, 선생님과 1:1 레슨이 있는 날에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모든 것들이 진행됐다. 덕분에 내 과거는 들춰보기 싫은 악몽이 되었다.

한 번은 열정을 가진 친구들과 비교하여 내가 잘 해내지 못하는 것을 끈기의 문제, 의지의 문제 등으로 치부했던 적이 있다. 그 때면 하고 싶은 것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내가 미워서 스스로를 더욱 혐오했다.

뮤지컬이라는 분야는 연기, 노래, 무용 모두 뛰어나야 했다. 심지어 몸매 또한 세상의 극단적인 기준에 맞춰야 했다. 그 많은 것들을 완벽히 해내지 못하면서 나 다시 자기 비하를 하기 시작했다.

연습실에서 덩그러니 혼자 연습을 하다 보면 내 목소리 듣기 싫어진다. 음역대도 낮고 유명한 배우가 부르는 노래와 내 실력의 간극이 너무 멀어 연습할 맛이 뚝 떨어졌다.

'내가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할까?'

'이런 고통을 참는다고 한들 정말 실력이 나아질까?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왜 이런 고통을 참아서 죽도록 연습해야지만 하고 싶은 걸 이루어낼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들로 내 마음이 답답해졌다. 후로 연습하던 노트를 툭, 덮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는 또 끈기가 없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날은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하는 내 자신이 미워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사람들은 내가 뮤지컬을 공부했다고 하면 다짜고짜 처음 보는데도 지금 당장 노래를 불러보라는 무례함을 보이곤 한다. 우연히 노래방을 가거나 공연에 서게 되어 내 노래를 듣고 나면 하나같이 특별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그런 실력이라서 그렇겠거니 넘기지만 그런 반응 또한 나에겐 침묵 속의 살인이나 다름없다. 그날도 집으로 가면 나는 내가 전공한 분야도 제대로 못하는 그저 그런 인간이라는 사실에 눈물을 쏟았다.

‘난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꿈을 이루는 과정이 너무 괴롭다. 솔직히 이걸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꿈이라고 말하던 걸 놓아버리면 세상은 나는 실패자로 취급하겠지. 나를 그런 식으로 낙인찍어버리는 사람들과 사회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인식들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은 타인의 시선과 비난이 너무도 무섭다.


고등학생 때 진로를 선택하던 순간에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싶었을까. 지금 다시 그 종이를 받아 든다면 장래희망 칸에 '모르겠음'이라고 쓰고 싶다. 나는 그 순간에 떠밀리듯 무언가 적었던 것 같다. 꿈을 선물 받았던 순간을 기억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꿈을 위해서 수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아이라 더 고민하는지도 모르겠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가운데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을 나열하면 한숨만 나온다.

왜 하고 싶은걸 해내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견뎌야 할까.


꿈에 모든 것을 걸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살 수는 없는 걸까.

꿈마저도 경쟁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이 가혹하게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실패자가 될까 봐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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