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녀의 8년간 하지 못한 이야기

참 특별한 사람

by 이니

“인희야, 사실 나는 고등학생 때 네가 많이 멍청해 보였어.”

늦은 새벽. 고향에 사는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나랑 다른 점을 가진 네가 커 보였어. 이질감 같은 것도 들었고, 나랑 너는 다른 곳에 있어야 될 사람 같았어. 만나는 사람들도 많고 활동도 많이 하고 여행도 많이 가니까 자연스레 네가 대단하다 느껴졌어. 내가 마음속으로 바랐던 내 모습이 바로 너의 모습 같아서, 그래서 이제 너에게 동경심을 느껴.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해.”

우리는 단짝이지만 서로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그래서 친구의 솔직한 고백이 더욱 당혹스러웠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메시지를 다시 곱씹어 보았다.

요 근래 서울에서 쌓아온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 자신에 대해 고민 때문에 힘들어했다. 특히 한 번도 스스로에게 솔직해본 적 없다는 것이 나를 가장 괴롭게 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기본적인 것도 생각해보지 않고 살아왔다. 그렇기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나에게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친구의 말이 부끄러웠다. 나 자신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사실 서울 다녀와서 너 블로그 찾아봤어.”

그제야 친구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친구가 서울에 놀러 왔을 때 가볍게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내뱉었던 말을 기억했던 것이다. 나는 그곳에 솔직한 이야기를 공개했고 친구는 나의 글을 모두 보았다고 했다.

이어서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난 너한테 마음속에 있는 말들 좀 했다고 생각했는데 넌 그러지 않아서 사실 좀 삐쳐있었어. 그래서 이후로 나도 너에게 내 이야기 안 했어. 사실 너에게 많이 미안해."

도리어 사과를 해야 하는 쪽이 나여야 할 것 같은데 친구는 먼저 미안하다고 했다. 8년이라는 시간 속에 미리 용기 내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경상도 여자 둘이서 장난기 없이, 그것도 늦은 새벽에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이 낯간지럽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 아닌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특별했고 이제라도 서로가 진심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린 친하면서도 성격이 맞지 않아 자주 싸웠다. 학교에 있는 상담실을 찾아가 부부동반 상담을 받듯이 몇 차례 상담까지 받았으니 오죽했을까. 맞지 않아도 친할 수 있는 특별함을 가진 친구. 우리는 그날 밤 '솔직함'을 통해 더욱 가까워졌다.

친구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서울에 혼자 있는 내가 신경 쓰인 모양이다.

“친구야, 걱정하지 마. 우리 함께 힘내자. 멀리서 응원하고 있어.”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유일하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던 친구.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돈이 없어 당황할 때에도 별말 없이 헐레벌떡 달려와 계산을 해주던 사람. 은 일, 나쁜 일 생기면 언제나 먼저 떠오르는 내 친구. 나 또한 너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사랑하고 있다.

"고마워."



keyword
이전 06화자유에는 가격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