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를 함부로 평가하지 마라
나를 사랑해도,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면 피부도 푸석푸석하고 얼굴도 노랗고 머릿결도 상한 데다가 눈에 띄게 코가 컸다.
'얼굴은 왜 이렇게 큰 걸까?'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어디 가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면 사람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네가?"라는 눈빛을 보이곤 했기에 의기소침해지곤 했다. 중학생 때부터 연예인 사진들을 보면서 닮고 싶다고 생각하며 비교해 왔다. 연예인들은 누구 하나 이상한 부분이 없었고 완벽했다. 그들과 다른 내가 싫어 바뀌고 싶다는 마음을 많이 가졌다.
초등학생 때는 곱슬거리는 머리가 싫었다. 비가 오면 유난히 더 구불구불 해지는 반곱슬 머리를 보면서 이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리면 직모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하나씩 뽑았고, 그 기간이 2주쯤 지났을 때 학교에서 친구가 말했다.
"인희야, 너 탈모야? 머리 중간에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없어?"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머리카락 뽑는 일들을 멈추었다.
내 얼굴 중에서도 코가 가장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크고 동그란 코는 항상 나의 콤플렉스였다. 한 번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 친오빠에게 내 코가 커 보이냐고 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질문을 던진다기보다는 강요에 가까웠다.
"내 코 크지? 그렇지? 맞지?!"
오빠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했다가 내가 계속 물어보자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크기는 하지."라는 말을 내뱉었다.
내가 강요해놓고 내가 상처 받는 답정너의 순간이 되었고 나는 더욱 코를 부끄러워했다.
몇 달 전 지인들과 어울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고 장난치던 순간에 어떤 분이 농담 식으로 말을 건넸다.
"인희씨는 수수하게 예쁘신 거 같아요."
그때 옆에 다른 지인 한분이 찬물을 확 엎는 말을 했다.
"근데 코가 크잖아!"
나는 장난식으로 웃으며 "맞아요. 저 코 커요. 예전부터 콤플렉스였어요!"라고 넘겼지만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었다. 혹시나 했던 것들이 역시나가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무심히 툭 던진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는 두고두고 간직된다는 것을 그 사람은 알고 있었을까.
뮤지컬 준비를 위해 현대무용을 꽤 오래 다녔다. 나는 현대무용을 배운다는 것도 어디 가서 말하기 부끄러워했다.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오는 눈빛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네가?"
그 눈빛 속에는 '너처럼 뚱뚱한 애가 현대무용을 한다고?' 같은 의미가 담겨있을 것만 같다.
보면 볼수록 못생기고 못난 내 모습들,
지금은 예전보다 더 성숙해져서 하나씩 사랑해주고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제쯤 내 모든 것들을 완전히 사랑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이런 것들을 변화시키기보다 인정하고 사랑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가고 있다.
"넌 얼굴이 왜 이렇게 커?"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으면서
"난 얼굴이 커서 멀리 있는 관객들도 내 얼굴을 모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다.
내가 생각한 단점이 어쩌면 장점일 수 있고,
스스로 평가해버린 단점들 모두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니까. 사랑하지 못해도 자책할 필요 없지만 사랑해주는 쪽으로 나를 안아주고 싶다.
물론 내가 나를 사랑하기 이전에 무례한 상황 자체가, 사람들의 평가가 없어진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니 타인의 얼굴과 몸을 함부로 평가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