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가르치기 전에 먼저 배워야 할 것
나는 일상에서 화장하는 편도, 옷을 예쁘게 입는 편도 아니다. 오늘도 편하고 실용성이 뛰어난 옷들로 나를 꾸미고 출근했다.
회사를 마치고 영상 기획교육을 다녀오는 날이었다. 1시간 30분 교육이었지만 영상 기획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 없었기에 궁금증을 많이 해소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적지 않은 금액에 나름 많이 인정받는 교육기관이었으므로 기대가 더 컸다.
교육장에 들어가니 강사는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개인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 여쭤보았다. 내 오른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은 까만 목폴라 셔츠에 진한 회색톤 청바지를 입고 팀버랜드 신발을 신고 있었다. 나이는 40대 중후반 정도로 추정되었고 동그란 안경에 수염이 살짝 나있는 모습이었다. 강사는 그에게 아부를 떨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말을 걸었다.
"보시기에 저보다 영상을 더 잘 알 것처럼 생기셨는데 여긴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광고나 방송 쪽 전문일을 하실 것 같은 포스가 풍겨져요. 혹시 어디서 뵌 적 있었을까요?"
나는 그 모습이 꼴불견스러웠다. 도대체 전문가스러운 포스는 어디서 풍기는 걸까. 이후로 머리를 말끔히 세팅하고 큰 귀걸이를 한 여성에게도 물었다.
"대기업에서 영상 기획을 다루실 것 같아요. 어떤 일하세요? 혹시나 나중에 협업할 수도 있잖아요. 영상 맡기실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영상 기획이 궁금해서 와봤어요. 그 분야도 아닌걸요."
이후로 한 명 한 명 물어보는 것처럼 보였지만
검은색 롱패딩을 입었거나 스타일적으로 고급스럽지 못한 사람에게 교묘히 질문을 하지 않았다. 나 역시도 검은색 맨투맨을 걸치고 허름한 운동화를 신었기에 질문을 받지 못했다.
수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기분이 나빠졌다. 이후로 강의 내용 조차 가관이었다. 전달한 내용이라곤 인기를 많이 얻은 영상들을 몇 개 틀어준 이후로
"영상은 답이 없습니다. 많이 보시고 만들어 보세요." 정도였다.
1시간쯤 지나니 지루하고 시간이 아까웠다. 근무를 끝내고 1시간을 이동해서 받으러 온 수업이 이 정도 퀄리티라니. 무엇보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차별하고 무시하는 그 태도가 너무나 무례했다. 과연 명강사의 타이틀을 가진 강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남은 시간은 본인의 회사와 자신이 가르쳐 꽤 유명해진 유튜버를 소개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구매할 일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을 덧 붙였다. 강의에 핵심이 빠진 채 본인의 자랑과 회사 홍보를 할 뿐이었다.
터벅터벅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까웠던 시간에 대해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기분이 나쁘니 몸이 더 무거워진 것 같았다.
예전에는 비슷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면 더 예뻐질 수 있을까?'
'비싼 옷들과 액세서리를 구매해볼까?'
'귀찮지만 매일 화장하고 고대기를 해볼까?'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내가 틀리지 않았으므로.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고 칭찬하고 배제하는 당신은 가르치기 전에 먼저 배워야 한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