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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 Jan 01. 2020

최선의 선물

친구의 마지막 생일

수비의 생일날. 딱히 줄 수 있는 선물이 없어서 며칠간 고민을 했다. 생일선물을 산다고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하긴 어려웠다. 같이 다니던 친구들 사이에서는 생일날 선물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준비를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문방구에서 무작정 500원을 들고 가서 선물 포장지를 구매했다. 금박지에 알록달록 도형이 그려진 예쁜 포장지였다. 집으로 돌아와 선물이 될 수 있을 물건들을 뒤적다. 1시간가량 이곳저곳 찾아보았지만 새것처럼 끔한 물건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편물 사이에 있는 한 잡지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반듯한 잡지책. 나는 이것처럼 말끔하고 마땅한 물건이 없겠다는 생각에 그 잡지를 예쁘게 포장했다. 다른 친구들은 분명 필기구나 필통, 수첩 같은 것들을 준비하겠지만 그런 것들은 나도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수비에게 선물을 건넸다. 수비는 많은 선물들 사이에서 내가 선물을 뜯었을 때 언짢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수비의 표정을 본 후로 집으로 돌아가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음날 학교에 가보니 친구들은 나를 피하고 모른척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혼자만 있다 보니 생활에서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일요일 오전.
내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챈 것인 엄마는 내 좋아할 만한 것을 말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우리 주말인데 피자 시켜 먹을까?"


그렇게 피자를 먹게 되었다. 자주 먹을 수 없는 먹음직스러운 피자. 피자를 한 조각 입에 넣는 순간. 띵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서둘러 밖을 나가보니 친하게 지내던 친구 3명이 서있었다. 


"와! 주말인데 웬일이야?"

그러자 중간에 있던 수비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할 말이 있는데 잠시 나올 수 있니?"

좋지 못한 이야기걸 알 수 있었다. 가슴이 쿵쾅쿵쾅 빨리 뛰고 무서웠다. 나는 피자도 제쳐두고 헐레벌떡 옷을 걸치고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친구들은 나를 둘러싸고 참았던 말들을 해냈다.

"야! 생일날 무료 잡지를 주는 애가 어딨냐? 생각이 있는 거야?"

"너 거지야? 너네 집에 돈도 없냐?"

"너 같은 애랑 같이 다니려니까 쪽팔려서 다닐 수가 없어. 이제 아는 척 좀 하지 마. 지금까지 놀아준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해."

나는 그저 눈물을 참으면서 "미안해..."라는 말만 반복했다. 30분쯤 지났을까 말을 마친 친구들은 서둘러 돌아갔다. 그렇게 친구들 모두를 잃었다는 슬픔친구 생일날에 무료 잡지밖에 주지 못한 나 자신을 미워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들어가자 엄마와 오빠는 "이렇게 맛있는 피자를 두고 어딜 다녀와?"라고 말하며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했다.

"잠깐 친구들이랑 재밌는 이야기 좀 하고 왔어!" 

마음 같아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혼자서 차갑게 식은 피자를 꾸역꾸역 입으로 넣었다. 귀한 피자를 입으로 넣으면서  가슴으로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가 죽도록 가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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