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항해사 회고록에 적었듯이, 나는 첫 직장에서 내가 일반 사람들보다 건망증이 더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서 몰랐지만, 업무 부하가 많이 걸리는 상황에서 그 단점이 부각되었다. 나는 기억력과 뇌과학, 인지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찾아 읽었고, 나의 삶과 업무에 여러 방법론을 적용해 갔다.
예를 들면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항해당직을 설 때는, 손목시계의 타이머와 알람을 활용해 특정 시간에 해야 하는 일들을 잊지 않도록 장치했다. 종이 메모장을 활용할 수 없을 때에는 해야 할 일을 기억 저장소 같은 기억술을 통해 뇌에 새겨 넣었다. 특정 날짜에 정해진 업무는 하루 전이건 한 달 전이건 무조건 휴대폰 알람을 맞춰두었다. 아무리 사소한 업무라도 엑셀 할 일 목록에 모조리 적어둔 후 매크로로 필터, 정렬 등을 자동화시켰다. 나에게 들어온 모든 업무가 건망증에 의해 새어나갈 틈이 없도록 꼼꼼하게 막아나갔다.
새우 양식 사업을 추진하면서는 본격적으로 많은 정보와 지식들을 모으고, 정리하고, 체계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개발자가 된 지금은 일상과 직장에서 할 일 및 정보를 관리하는 나만의 특별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주변에 나보다 기록을 많이 남기고 정리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나의 사례뿐만 아니라, 커리어를 뒤늦게 시작했거나 남들보다 뒤처지는 재능으로 고민하던 사람들이 노력을 통해 평균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는 사례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동기부여'와 '목적의식 있는 연습'의 현상으로 본다.
그냥저냥 살아지는 재능은 발전의 동기가 없다. 밥 먹는 데 문제없다면 젓가락질을 교정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어떤 능력이 인생을 사는데 지장을 주는 병목지점이 아니라면 신경을 끄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족한 재능이 삶을 가로막을 경우 그 능력을 개선할 동기를 얻게 된다.
어떤 능력을 개발할 동기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능력 향상을 위한 방법론을 탐색하게 된다. 여기서 특별함이 생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보통 살면서 무언가를 기억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태정태세문단세 같은 두음암기법 정도다. 하지만 기억력을 개선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기억 저장소부터 시작해 숫자, 사람 이름, 카드를 위시한 다양한 대상을 외우는 온갖 방법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능력을 개선하는 특별한 방법을 알았다면 평균 이상으로 치고 나가는 건 어렵지 않다. 그 방법론을 따라 시간을 들여 훈련하면 된다. 이것을 목적의식 있는 연습이라고 부른다.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우는 영업사원이 사람 이름 외우는 방법을 찾아 연습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영업사원은 머지않아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이름을 빠르게 외우게 될 테고, 타인의 눈에는 특별한 재능으로 보일 것이다.
재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좌절하지 말자. 어설픈 재능보다 당신을 더 높은 곳으로 데려다 줄 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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