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어떤 집주인의 황당한 갑질

by 우성


동생은 시골에 산다. 아이를 낳은 후 거주환경의 개선과 맑은 공기, 산후 조리를 위해서였다.


우리 형제는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아직 돈은 많이 없다. 동생이 이번에 시골에 가서 얻은 집은 처가 쪽 친척들이 알아보고 골라준 것이었다. 동생네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걸 잘 알기에. 그쪽 친척 중 한명이 오지랖이

넓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방 2개짜리 단독 주택 2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사글세로 일 년치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독립을 하면서 여태껏 살아본 집중 가장 집다운 집이었다. 새집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 조건에 이런 집은 시골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일 년치 사글세가 이백만원 조금 넘고 보증금이라고 해봐야 백만 원이었다. 그곳에서 일 년 가까이 살았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황당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상식에도 없는 말을 하는 건지.




갑자기 이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집주인이 방을 좀 비워달라고 했다는 말이었다. 주인이 방을 비워달라는데 어쩔 수가 있나. 동생은 부랴부랴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이사를 마쳤다고 했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헌데 나중에 다시 듣고 알게 된 사실은 그것과 달랐다.


계약기간을 한 달 남기고 갑작스럽게 방을 비워달라고 한 것도 너무한 처사인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집주인이 무슨 배짱인지 보증금과 남은 한 달 치 월세를 안주겠다고 한 게 그것이었다. 원래 법적으로 그게 맞는 거라고 했다나? 젠장.. 마음 좋게 이사비도 안 받고 나가는 마당에 무슨 벼락 맞을 소리를.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황당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상식에도 없는 말을 하는 건지. 동생네 식구가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나가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누가 들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집주인에겐 말이 됐던 것 같다.


동생은 황당해하며 부동산에 알아보겠다는 말을 하고 곧바로 처음 방을 소개해준 부동산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집주인의 말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말’ 이었던 것이 드러났다. 부동산 사장은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돌려주는 게 맞는 거라고 하며 그렇게 상황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동생네는 돈이 많이 없다. 그래서 이사 갈 때 보증금을 여윳돈으로 지불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뭐 보통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가.




미안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것이. 그걸 뻔히 알고 전화해서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었다는데 고작 몇 백만 원도 해결하지 못해서 마음껏 울게도 못해준다는 사실이..




보증금 안 빼주면 이사를 못 간다고 했는데도 집주인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입금을 미뤘다고 한다. 보증금은 물론이고 남은 한 달 치 월세도. 나중에는 전화도 받지 않아서 아래층에 사는 그 집 딸에게 부탁해서 전화 연결을 했지만 딸도 엄마를 닮아서 말이 통하지 않는 건 비슷한 모양이었다.


동생은 자기 번호를 받지 않으니 제수씨를 통해 다시 시도를 했다. 아줌마가 단순한가보다. 모르는 전화로 거니 바로 전화를 받는걸 보면. 받고는 화들짝 놀라더란다. 그리고는 용건만 말하고는 황급하게 끊고, 다음날 바로 입금이 되기는 했단다.


동생은 이일로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 보였다. 형인 나는 나중에 안 사실이다. 미안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것이. 그걸 뻔히 알고 전화해서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었다는데 고작 몇 백만 원도 해결하지 못해서 마음껏 울게도 못해준다는 사실이..


동생은 원래 그곳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연애기간 동안 회사에서 휴가를 받아도 예비 처가인 그곳에 갔고, 명절 연휴에도 집에는 일 때문에 피곤하다 둘러대고 그곳에 갔다. 착하디착한 장모와 공기가 맑은 그곳,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내가 보기엔 다른 시골이나 소도시와 별로 다를 곳도 없는 그곳을 동생은 그렇게 좋아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것 같다. 시골 사람들의 경우 없음에, 안하무인에, 무식함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단다. 큰일도 아니고 고작 이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법이 통하지 않는 무법천지라고.

한번 이사 때문에 큰일을 겪었더니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는 건 못하겠다고 한다. 그곳에 있는 동안은 그냥 처가의 남는 방에 얹혀살다 가야겠다고.


시골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 오히려 더 무섭다는 말은 예전부터 했고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그게 당연하다. 인구가 적다보니 벌어먹을 것도 적은 곳에서 한정된 파이를 서로 차지하려다보니 그런 거다. 우물 안 개구리가 무섭다고 오히려 그런 곳에서 돈 몇 푼 쥐고 있으면 세상이 다 자기 것인 줄 아는 얼빠진 사람들도 종종 봐왔다.




동생은 원래 그곳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골만 그런 게 아니다. 어디를 가든 다 똑같다. 내 동생은 단지 재수가 없었던 것뿐이다. 시골로 내려가면서 포장이사업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잘 사나 싶었더니 제수씨의 교통사고, 이번에 이런 소동까지. 그나마 이제 태어난 지 일 년이 돼가는 아이가 무탈하게 자라고 있다는 게 다행이랄까?


동생하고는 좀 센 것 같긴 하지만 올 초부터 액땜 제대로 한다고 생각했다. 벌써 4월이 다돼가긴 하지만.


무식하고 용감한 건 민폐이자 잘못이라는 걸 이번에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 집주인 아줌마의 머릿속엔 과연 뭐가 들었고 어떻게 살아왔길래 별것도 아닌 일로 다른 사람들을 울고 싶게 만드는지.

매거진의 이전글하우스 푸어에 대한 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