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커피 위 한 스푼의 달콤함을 더해 여유로운 오후
요즘 오예스 아인슈페너 맛이 나와서 빈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며 반갑게 사서 먹다 보니 빈에서 많이 마셨던 아인슈페너에 대해 써 보고 싶어졌다.
멜란지와 함께 빈을 대표하는 커피인 아인슈페너의 이름은 한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아인슈페닝엔 페어데푸어베르크; einspännigen Pferdefuhrwerk)에서 유래했다. 마부들이 이 마차를 몰며 한 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커피를 들고 다녔는데 커피 위에 올려진 두꺼운 크림 덕분에 빈의 혹독한 추위에도 커피가 빨리 식지 않아 잠깐씩 휴식을 취할 때마다 커피를 따뜻한 상태로 마실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인슈페너가 빈에서 처음 판매될 때는 자허 호텔의 아인슈페너처럼 목이 길고 가는 유리잔에 뜨거운 샷을 부어 휘핑크림이 녹아들며 생기는 층을 볼 수 있도록 판매했지만 요즘은 일반 머그잔에 서빙될 때도 있다. 아인슈페너는 유리잔에 담긴 블랙 커피 또는 에스프레소 위에 다량의 크림을 올려 서빙한다. 마실 때는 휘저어서 크림과 커피를 섞는 대신 뜨거운 커피 위 차가운 크림을 얹은 상태 그대로 마신다. 이탈리아의 카페 콘 판나와 비슷해서 자주 비교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유리잔이 아닌 일반적인 에스프레소 또는 에스프레소 도피오 잔에 서빙된다.
아인슈페너의 가족으로 멜란지(Wiener Melange)가 있다. 멜란지는 오스트리아에서 1830년부터 마시기 시작한 오스트리아식 카푸치노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카푸치노보다 커피 샷을 덜 넣어 연하고 대부분의 경우 우유거품도 카푸치노보다 적다. 프랑스어로 멜랑쥬(mélange)는 섞는다는 뜻인데 에스프레소와 위의 우유거품을 스푼으로 섞어 마시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빈의 스타벅스에는 카푸치노를 팔지 않는 대신 멜란지가 있다.
하지만 아인슈페너라는 이름의 유래에 설명된 것과는 달리 뜨거운 커피 위에 차가운 크림을 부으면 크림이 금세 녹아버리고 커피까지 빠르게 차가워진다. 그래서 위 사진처럼 내가 애써 스푼으로 젓지 않더라도 아인슈페너가 서빙된 직후 빨리 다 마셔버리지 않으면 아인슈페너 대신 커피와 크림이 완전히 섞여버린 무언가를 마시게 된다.
위 사진은 모짜르트가 생전에 단골이었다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구시가에 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 카페인데 역시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저녁에 이 카페에 가서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둘만 남은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나와 친구는 근처에 있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아침에 브런치를 먹으러 이 카페에 들렀다. 아침에 본 이 카페는 영화 속 장면과 달리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신문을 보며 여유로운 오전을 즐기는 동네 주민 몇몇을 제외하면 우리뿐이라 아주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나와 친구 둘 다 빈에 처음 가 보는 것이라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조금 헤맸는데 나는 아인슈페너와 서빙을 하는 분이 추천한 이 카페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자두 케잌을 함께 주문했고 친구는 쓴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 멜란지와 자허토르테를 주문했다.
이 글을 쓰며 집 앞 카페에서 아인슈페너를 마셨다. 아인슈페너 한 잔에 6800원이나 하다니 비싸 봤자 4유로를 넘지 않는 빈의 아인슈페너와 비교하면 기절할 것 같은 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빈에서보다 커피의 양이 더 많은데다 커피 원두가 더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출처 및 참고자료:
위키피디아 독일어 Melange 및 Einspänner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