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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an 10. 2023

독일의 생수는 한국과 달라요

내츄럴 워터가 의미하는 것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던 2010년대 초반에는 우리나라에서 페리에 탄산수가 나름대로 특이하고 비싼 물 취급을 받아 부자 컨셉을 잡던 지인 한 명은 스타벅스에 가서는 커피는 안 마시고 당시 한 병에 3천원 하던 페리에를 사 들고 오고는 했다.

톨사이즈 아메리카노 한 잔보다 페리에가 더 쌌으니까 사실은 돈이 없었던 걸까 싶기도 하지만 대놓고 지적한 사람은 없다


당시 백화점에서 탄산수 제조기를 팔았는데, 일반적인 정수기 물이나 생수를 넣으면 탄산수가 나오는 기계였다. 심지어 그 기계로 물 속 탄산 농도를 조절할 수 있기까지 해서 탄산수 제조 시연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모여들던 광경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독일 마트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생수 브랜드

그런데 2016년에 독일에 가니 마트에 파는 일반적인 물은 모두 탄산수고 한국에서처럼 탄산이 없는 물을 사려면 „Still(슈틸)”이라고 적힌 물을 사야 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탄산수 속 탄산의 농도도 크게 2단계로 구분되어 ClassicMedium/Mild가 있다. 기본 버전인 클래식은 탄산이 센데 마일드는 클래식과 슈틸의 중간 단계라서 탄산이 센 물을 싫어하는 사람들과 많은 탄산을 단번에 소화시키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 마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는 항상 독일어로 슈틸 바써(Wasser: 물)라고 하는 탄산이 없는 물을 마셨는데, 독일인들은 슈틸 바써에는 탄산이 없으니 유럽의 물에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석회 성분도 없다고 했지만 그 물만 담아뒀던 물통도 시간이 지나면 하얗게 석회질이 끼는 것을 볼 때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물의 이름부터가 „Mineralwasser"고 생수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생수에 칼슘, 마그네슘, 탄산수소염 등이 들어가 있어 건강에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의 마트에는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 속 석회질 성분을 제거하기 위한 청소용 캡슐을 따로 팔기까지 한다.


덧붙이자면 대부분의 경우 „Naturell“이 붙어 있으면 물에 탄산이 들어있지 않지만 어떤 브랜드의 Naturell 생수는 무엇 때문인지 15%의 탄산을 함유하고 있어 탄산수를 피하려면 Naturell보다는 „Still“이 더 확실한 지표다.


독일 마트 PB상품 생수들

마트마다 PB상품으로 나오는 생수가 따로 있는데 위에서 소개한 브랜드 생수보다 현저하게 저렴해서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PB생수를 사고 심지어 물 속 석회질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20대 초반이라면 그냥 수돗물을 마시고는 했다. 내가 종종 마셨던 볼빅이나 게롤슈타이너를 예로 들면 판데믹 전 시세로 1.5L 한 통에 0.95-1.15€ 정도였는데 PB생수는 병당 0.15-0.25€였다.

그런데 이들 PB생수는 병에 붙은 라벨 색으로 탄산의 농도를 구분하는데 진파랑색은 „Classic”으로 탄산이 가장 진하고 연파랑색은 „Mild”로 중간 정도의 탄산이 들어있고 붉은 색은 „Naturell”이라고 쓰인 무탄산수다.


한국인으로서 정말 놀라운 사실은 브랜드별 차이는 있지만 무탄산 슈틸 바써가 더 많은 공정을 거쳤다는 이유로 탄산이 든 생수보다 약간 더 비쌀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부자 컨셉을 잡던 그 지인이 독일에 간다면 탄산수 대신 무탄산 생수를 사 마시려나?



사진: 구글에 „Wasser in Deutchland“를 검색해 나오는 이미지를 무작위로 가져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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