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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화 Oct 18. 2021

중년의 성(性)에 대해서

중년? 예전의 중년이 아닙니다. 


  외래 진료를 보다 보면, 많은 분들이 성적 불만족을 호소하세요. 특히 이러한 분들은 50대 이후 분들이  많으신 것이 특징입니다. 이미 아이도 낳고 볼 것 다 본 사이인 남편과 20년 넘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불만족스러운 성생활이라뇨? 라고 묻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그러나 저의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아이를 낳는 것과 파트너와의 만족스러운 성생활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의학의 발달로 100세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의 50~60대는 예전의 40대 초와 비슷한 신체적 능력과 외모를 갖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폐경이란 관문을 지나야 하지만 여전히 정신적, 신체적으로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을 하고 계시죠. 게다가 이 시기는 어느 정도 경제적 자유도 이룬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래서 이 시기에도 활발한 성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산부인과 의사이고 저희 병원이 여성 성형도 함께 하다보니 저 역시 더 많이 체감하게 되요. 


  그런데 생각치도 못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이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데 여전히 남편과의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에요. 삽입 위주의 아주 심플한 섹스만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죠. 남편들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이전 시대보다는 건강하다보니 성적 욕구는 여전하고 성생활을 활발하게 하고 싶어해요. 그리고 남성의 경우는 발기와 삽입, 그리고 사정이라는 여성에 비해서는 좀 단순한 성관계의 과정이 진행됩니다. 


  차라리 20~30대들은 나은 편이에요. 성교육도 이전 세대에 비해서는 많이 받았고, 여권도 많이 신장했습니다. 여자친구의 생리와 같이 신체의 변화에 대해서 많은 젊은 남성들이 지식을 얻게 되었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늘었어요.  종편과 달리 여러 유투브에서는 좀더 개방적인 성교육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유투브에서 성교육을 하곤 하는데, 젊은 친구들의 궁금증이 정말 다양하고 그런 주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토론을 하는 모습이 댓글에 보이기도 해요.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50~60대의 커플들의 성문화는 완전히 다릅니다. 훨씬 보수적이고, 젊었을 때 성에 대해 남녀가 이야기 한다는 것은 금기와도 같았어요. 저희 어머니께도 여쭤보니, 그 시절에는 첫 경험을 하면 그 상대와 결혼까지 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었다고 하시더군요. 지금같아서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죠. 


  세상이 발전하면서 성에 대한 인식의 극명한 차이가 세대별로 존재합니다. 이제야 여유가 생긴 50대 이후의 여성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어요. 산부인과 문턱이 낮아지고, 유투브에서의 여러 성에 대한 대담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들의 성생활이 너무도 단조롭고 남성 위주의 섹스라는 것을 알게 된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진료실에서도 환자분들이 내밀한 속사정을 이야기 하면서 가장 불만인 것은 다음과 같아요. 


오르가즘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네요. 


  물론 이 오르가즘이 예전에는 느꼈는데 지금은 못느끼는 것인지, 아얘 한번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것인지 등등 여러 상황들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여성들은 폐경을 겪으면서 여성호르몬의 부족으로 질 점막이 얇아지고 위축이 되어 성교통을 쉽게 느끼고 애액 등이 잘 나오지 않아 성관계를 피하시기도 해요. 물론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산부인과 적 치료가 함께 이루어져야죠. 이 부분은 저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 될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호르몬 치료를 해도 못느끼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환자분들과 많은 상담을 하면서 제가 느낀 부분은 불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하는 여성분들일 수록 결혼 관계가 위태롭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의 대다수가 제대로 남편이나 남성 파트너에게 수동적인 성생활을 하는 분들이었고,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서 단 한번도 파트너에게 요구해 본 적이 없었어요. 



남편(남자친구)에게 어디를 어떻게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해보세요. 



   종종 이렇게 조언을 해봅니다. 실제로 이렇게 남편(남자친구)에게 직접 요구를 한다는 분들이 거의 없었어요. 20년 넘게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데를 만지라고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남자친구에게 요구를 단 한번도 안해보셨다고 하더군요. 이런 조언 이후에도 여러 다양한 방법들을 상담으로 설명드리곤 합니다. 


  자기계발서의 바이블인 책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의 마지막 장에서 강조하는 것도 바로 행복한 결혼생활에서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해야 하고 중요하다라는 내용입니다. 인간관계의 여러 부분을 조언하는데, 이렇게 따로 장을 마련해서 부부간의 성생활을 더욱 만족스럽게 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을 할 정도면 저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평균적인 미국 성인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적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 데이비드 박사는 미국인들이 이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신체적인 부조화라고 확신하고 이를 지체 없이 발표했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p.342


  미국도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지 않네요. 여기서 말하는 신체적인 부조화는 바로 불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의미합니다. 옛날 어른들이 하신 말씀이죠. '속궁합이 맞아야 한다.'라는 말을 이전에는 가벼히 여겼는데 여러 여성들을 만나면서 저 역시 사고가 많이 바뀌었어요. 그렇게 성적으로 오픈되어 있는 미국에서조차도 부부 사이에 충분한 대화나 교감이 이루어지고 또한 성적 쾌감도 다달을 수 있는 성관계가 부족하답니다. 


해밀턴 박사는 말한다. "편견에 가득 차 있고 주의력이 모자란 정신분석학자들은 결혼 생활에서 대부분 마찰의 원인이 성적 부적응에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성관계가 만족스럽다면 다른 문제에서 비롯되는 마찰을 무시해도 좋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p.343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즉 만족스러운 성관계가 두 사람 사이에 이루어진다면 다른 문제에서 좀 갈등이 생기더라도 금방 풀리거나 별 것 아닌 걸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아름다운 미사여구나 우아한 표현으로 결혼 생활의 마찰을 표현해도 실제의 경우는 결국 섹스의 문제로 이어지더군요. 


포페노 박사에 따르면 결혼 생활이 실패하는 이유는 주로 네 가지 때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그 원인을 정리했다. 

1. 성적 부적응
2. 여가를 보내는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
3. 재정 문제
4. 정신적/육체적/감정적 이상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p.343


    책에서도 말하지만, 여기서 섹스가 가장 먼저 오는 데 주목하셔야 합니다. 돈 문제는 겨우 세 번째로 중요한 문제일 뿐이에요.  미국의 "이혼 열 건 중 아홉 건의 원인은 성적 문제이다."라고 덧붙입니다. 


결혼에 무지한 사람들!


  20년 넘게 한 이불 같이 덮고 아이까지 낳고 살았지만 중년의 커플은 결혼에 무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도덕적 잣대를 아무리 가져다 대도 결국 결혼은 합법적인 성 파트너를 인정하고 평생 섹스를 할 파트너가 생긴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거에요. 결국 결혼에 무지한 사람들은 성에 무지한 사람들이며 사실상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죠. 이 둘의 차이는 행복감에서 정말 큰 차이가 납니다. 

섹스는 결혼 생활이 주는 많은 즐거움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중년의 남성들에게 고합니다. 파트너를 기쁘게 해달라고요. 그녀의 취향을 고민해보시고 공부를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삽입과 사정에 이르는 섹스가 아닌 아내/여자친구가 만족할 수 있는 섹스를 해보시라고요. 성교육은 평생 해야 하는 겁니다. 또한 성관계 역시 인간관계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20년 넘게 한 침대를 썼다고 상대를 다 안다고 생각하고 익숙하게만 여기는 것은 그녀의 성적인 가능성을 무시하는 결과밖에는 안됩니다. 파트너가 만족하고 오르가즘을 느낀다면 분명 자신도 더 큰 기쁨과 쾌락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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