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키는 방법!
스킨쉽이라고도 말하는 신체적 접촉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타인과의 애착 형성을 이루는데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이는 어느 생명체에서나 마찬가지이다. 인간 뿐 아니라 어느 동물에서나 어린 시절부터 신체적 접촉의 유무에 따라서 사회성의 발달 정도가 달라지곤 한다는 연구는 이미 여기 저기서 찾아 볼 수 있다.
특별히 섹스 하면서 경험하는 접촉은 여성보다도 남성들에게 특히나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가?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섹스가 남성에게 만지고 만져지는 것을 허용하는 유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러하다. 심지어 그 순간에도 남성은 경계심을 완전히 늦추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남성 역시 성기 이외의 부위에 대한 접촉을 좋아하지만 성적 맥락에서 육체적 편안함을 느껴야 할 상황에서도 어색해하거나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심지어는 죄책감까지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신체 건강한 남성에서 심리적 발기부전도 많이 발생하기도 하며, 항상 똑같은 섹스에 집착하는 경향도 발생한다.
이런 양면성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섹스를 주도해야 한다는 압박감, 여성에게 굴복하거나 주도권을 놓는 것에 대한 불편함,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삽입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 애무를 받고 달뜬 소리를 내고 더욱 사랑 받고 싶은 욕망(전형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욕망들)에 사로잡힐 때 느끼는 당혹감 등이 바로 그 것이다. 남성들도 여성들처럼 똑같이 느끼고 싶다. 단, 사회적인 시선이나 사회적으로 비춰지는 전형적인 남성성에 자신들이 부합하지 못할까 두려워 갖는 부담감들이 그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어깨에 매달려 있는 것이지. 결국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옷을 전부 벗고 접촉하는 섹스 중에서 조차도 솔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긴장을 풀어야 제대로 흥분도 할 수 있다. 성적 흥분 단계의 초기 단계에서 남성을 1단계 성 흥분기에서 성 흥분 지속기, 절정기를 거쳐 4단계 성 흥분 해소기까지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흥분 자체보다는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생각해보자. 스트레스가 발기를 가로막는다면 긴장을 풀어야 반대로 되지 않겠는가? 결국 마음이 편안해야 쉽게 발기한다.
남성의 성 흥분 신호는 음경의 발기이며 음낭은 두께가 증가되어 편평해지고 고환은 정관이 단축되어 치켜 올라가게 된다. 또한 여성처럼 크진 않지만 유두도 발기한다. 이를 결정짓는 것은 이완을 조절하는 부교감신경의 영향이 크다. 이어서 성흥분 고조기(정체기)로 성적 흥분이 유지되는 시기로 접어들면 남성에서는 음경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의 혈액으로 팽창하고 단단하게 발기된다. 고환은 평소의 50%가 늘어나며 회음부에 달라붙을 정도로 들어올려진다. 음경 귀두상면의 요도구멍에서는 쿠퍼액이 나오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성 흥분 해체기, 즉 해소기로 접어든다. 폭발했던 육체의 리듬이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해 섹스에 의해 상승했던 심박동수, 호흡, 혈압 등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이제까지 일어났던 여러 가지 생리적 반응이 완만하게 평상시 상태로 되돌아간다. 남성의 음경은 서서히 부드러워지고 배뇨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며 팽팽했던 고환은 본래대로 되돌아간다. 음경은 30분 이내에 다시 해면체와 귀두에서 혈액이 감소되어 크기의 증가분은 모두 소실된다.
이러한 과정을 주도하는 신경이 바로 부교감 신경이다. 매력적인 상대를 보았을 때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남성의 기분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생리 현상이지만 서둘러서 목적을 향한 돌격보다는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즐긴 결과로 자연스럽게 섹스에 이르는 과정을 택하는 편이 오히려 성공을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남성들이 설익은 욕망을 드러내는 식의 분위기 속에서 섹스를 강요했다가 발기가 풀려버린다던가, 최악의 상황으로 섹스를 실패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우리의 성 생리를 잘 알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진료실을 찾는 우리 환자들 중에서도 '참 속 편하게 산다.'라고 생각이 드는 분들이 진짜 자주 성생활을 즐기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도 결국 이완을 얼마나 쉽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약간의 알코올이 들어갔을 때 섹스가 더 잘되게 하는 최음제 역할을 하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다(물론 과한 음주는 오히려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불감증을 유발하고 발기를 방해하니 절대로 피해야 한다!). 부교감 신경의 활성으로 인한 이완은 오히려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게 하는 강심작용을 한다. 때로는 이성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이 느슨해지면서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마법을 보이기도 하니 일석이조다.
남성에서는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신체에 내장된 원시적인 투쟁-도주 반응의 일환으로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혈액의 흐름이 자연적으로 팔과 다리로 향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발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대로 긴장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혈액이 다시 페니스로 흐른다. 부교감신경은 신체 이완 상태가 유지될 때나 호흡을 내쉴 때 강화된다. 평상시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을 자주 하거나 호흡할 때도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하는 호흡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명상, 요가, 심호흡, 운동, 취미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가 부교감신경을 우위에 있게 만드는 최상의 방법이다. 쉬운 예로는 남성이 마사지를 받거나 아침에 곧잘 발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성적으로 흥분했다기 보다는 그저 긴장이 풀린 것이다.
결국은 이완의 문제다. 우리는 좀더 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남자들이여,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보자. 나의 파트너와 함께인데 부끄러울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사랑이란, 몸의 언어란 그런 것이다. 행복한 여운을 느끼면서 애정 어린 손길을 느껴보아라. 은은한 조명에 부드러운 와인 한 잔과 감미로운 음악까지 곁들인다면 이완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내려놓는 과정은 반대로 우리를 더욱더 민감하게 만들게 되는데 피부에 닿는 촉감부터 성감대가 주로 분포되어 있는 부위까지 감각이 더욱더 예민해지게 된다. 그로 인해 평소 정도의 스킨쉽에도 훨씬 더 강한 자극을 느낄 수 있게 될 수 있다. 약육강식의 남성의 생태계에서 벗어나 느슨하게 이완하라. 그리고 분위기에 몸을 맡기자. 이완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