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단짝, 그냥 내 짝꿍 말이에요
임신 중인 직장동료 N은 입덧이 심해 통 음식을 먹지 못했다.
약을 먹어도 잘 듣지도 않고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는 날들이 계속되다 보니 안 그래도 가녀린 그녀가 더욱 야위어 가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K는 결혼 생각은 없어요?”
“잘 모르겠어요. 반반인 것 같기는 한데, 꼭 해야 한다 입장도 아닌 거 같고, N처럼 임신해서 그렇게 고생하는 거 보면 나는 애기 생각도 크게 없는데 결혼을 꼭 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요. 으 무서워~”
나는 누가 내게 결혼 생각을 물어보면 으레 하던 대답을 했다. 결혼이 어찌 됐든 어느 정도의 희생도 필요하고 그럴 텐데 그럴 준비도 안 된 것 같고, 특히나 임신에 대한 생각도 크지 않은 편이라 결혼을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고.
그런 내 대답에 N은 하얀 얼굴로 말갛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결혼은 추천하는데, 임신은 모르겠어. 아무튼 결혼은 추천.”
“왜요?”
“그냥 든든한 짝꿍? 이 생기는 거 같아서요.”
“아 그럼 N은 지금 남편분이 든든한 짝꿍이 되어줄 것 같아서 결혼하셨어요?”
“음…. 지금 남편이랑 결혼한 건 그때쯤이 결혼할 때였어서 한 거 같아요. 딱히 꼭 이 사람이어야만 해! 이래서 한건 아닌데, 나는 내 짝꿍이 있었으면 해서 결혼은 꼭 하고 싶었어요.”
짝꿍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가. 평생의 반려자를 짝꿍이라고 표현하는 그녀가 뭔가 귀여워 보였다.
“저는 대학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서 살다 보니 아무리 가족이랑 사이가 좋아도 뭔가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외로움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나랑 쿵짝이 잘 맞는 짝꿍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평생의 단짝 같은 그런 존재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 남편분은 어떠신데요? N의 소개팅 얘기나 지금 N에게 하시는 거 보면 너무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좋은 분을 만난 거 같은데. 그리고 저는 늘 N 남편분이 N을 부를 때 이름으로 부르시는 거 같던데 그게 되게 다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
“음~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애칭? 애칭은 아닌데 아무튼 되게 서로 장난스럽게 부르거든요. 연정훈 한가인 부부가 예전에 TV에서 서로를 먀먀묘? 뭐 이렇게 애기들 소리로 부르듯이”
어…… 잠깐 상상해 봤다. 30대 후반의 부부가 서로를 먀먀묘 같은 애기들의 의성어로 서로 부르는 모습을….
“아잇. K 그렇다고 그러는 건 아니고 뭐… 어제는 서로 성을 붙여서 N애기~ K애기~ 이렇게 불렀다가 저번에는 서로 N선생님, K선생님 그렇게 부르면서 놀렸다가 해요. 어느 한 사람이 그렇게 부르면 바로 따라서 그렇게 부르면서 노는데, 이게 되게 죽이 잘 맞고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결혼은 솔직히 꼭 이 사람이어야만 해 해서 한 건 아니지만, 저는 그동안 원했던 평생의 단짝, 나만의 짝꿍을 만난 것 같아요.”
조곤조곤 똑 부러지게 본인의 의견을 잘 표현하는 편인 N은 평생의 짝꿍을 만난 이야기도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하긴 우리 부모님만 봐도 저 연세에 여전히 둘이 투닥투닥거리면서 장난도 쳤다가 싸웠다가 화해도 했다가 하시는데, 그게 단짝이지 뭐.
N은 결혼할 때 여서 결혼했다라고 말했지만 내가 느끼기엔 너무 잘 맞는 짝꿍을 만났기에 결혼한 것 같았다.
어찌 보면 부부는 서로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존재일 텐데, 그 존재와의 작은 대화들이 재미있고 즐거워야 그 관계가 자연스럽게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마치 어릴 적 단짝 친구들과의 관계는 오랜 시간 지속되고,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늘 즐겁고 반가운 것처럼.
그래서 제 짝꿍님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