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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Jul 16. 2021

아파트가 너무 비싸서

1화. 아파트를 포기하니 보이기 시작한 주택

남편이 자취하던 투룸에서 신혼을 시작하다 처음 아파트 전세를 살게 되었을 때, 저희는 서울에서 아파트에 살아본다는 기쁨과 내 집 마련의 희망으로 가득 차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안 살아보고 몇 억을 어떻게 써? 2년 전세 살다가 이 동네 괜찮으면 열심히 돈 모아서 여기 아파트 사자."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Live) 집을 (Buy) 때에   정도 살아보는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일이 돼버렸죠. 어떤 정책도 무마시켜 버릴 투기꾼과 이런 현실을 외면한 정책의 콜라보, 설상가상으로 COVID-19 발생하고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치솟는 자산 가격... 모든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사이에 서울의 집값은 미친 듯이 높아졌습니다.


살아보고 결정해야지 라고 생각한 시점의 매매가를 억 단위로 뛰어넘는 전세 실거래가가 등장하기 시작하자 초조해졌습니다. 서울 대부분의 집값이 2배는 올랐으니까요. 빚을  많이 지더라도  차라리 그때 샀어야 했다고 후회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채광이 어디까지 들어오는지, 살다 보면 겨울에 곰팡이는 어느 쪽에서 고갤 내미는지, 동네 마트는 편리하고 쾌적한지, 직장과의 출퇴근은 할만한지, 저녁에 외부 소음은 잘 차단되는지, 밤길은 위험하지 않은지, 이웃들은 친절한지, 층간소음은 심한 편인지, 도보 거리에 커피 맛집이 있는지는 사고 나서 생각하는 것들인가 봅니다. 전 재산을 쓰면서 말입니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을 만큼 올라버린 집값에, 낮은 청약점수에, 결국 저희는 아파트를 포기했습니다. 사실 집 사는 걸 포기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식 공부도 시작했고, 정 안되면 서울을 떠나자고 마음먹고 미래의 사업 구상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도 습관이 무서운 건지, 미련이 남았던 건지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서 시세를 확인하는 건 여전했습니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아파트'만 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사소한 차이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해 주었습니다.


N부동산을 보고 있던 남편이 갑자기 저를 불러 집 하나를 보여주었는데 아파트가 아닌 상가주택이었습니다. 흔히 보던 빌라들과 달리 외관이 예뻐서 저는 처음엔 '음 예쁘네' 하고 말았는데 남편의 뒷말이 저를 톡톡 건드렸습니다.


"구너야 이거 봐봐, 월세도 나오는 이 건물이 옆 동네 아파트 값이야."


" 잉? 건물인데 그게 말이 돼? 요새는 땅콩 건물도 다 옛말이고 건물은 다 몇십억 하는 거 아니야?"


사실 절대적으로는 저희 기준에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아파트 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서 아파트 값이랑 비슷한 건물이 '합리적이다'라고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빠 난 이 집 마음에 드는데 그냥 임장 데이트 셈 치고 보러 가봐?"


다음 날 바로 공인중개사로 연락을 했고 그렇게 저희는 우리 집을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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