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 방금 떠나온 세계
내가 김초엽 작가님을 알 게 된 건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방금 떠나 온 세계'라는 책이 출간되기 전이었다. 반짝이는 보석을 찾은 느낌으로 그녀를 발견(?)한 건 문학동네의 2020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었다. 거기에서 김초엽 작가가 쓴 '인지 공간'은 나의 첫 사필 작품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 혼자 '남몰래 좋아한다'라고 착각하며 김초엽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얼른 서점으로 가 '방금 떠나온 세계'를 사 왔고 얼마 뒤 그 책은 당당히 혹은 당연히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나의 뒤통수를 때렸다. (베스트셀러라는 사실과 소설의 울림들이 뒤통수를 맞은 듯한 얼얼함이었다)
사실 문학동네에서 수상을 했을 정도면 이미 작가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음이 분명했으나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나 싶은 정말 신선한 세계관 때문에 난 김초엽 작가가 대중적이라기 보단 내 주머니 속 고이 간직한 나만의 작가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책에는 인지공간만큼이나 헉 소리 나는 작품들이 무려 7개나 실려 있는 것을 보았고 나는 그녀가 질투 났다.
그녀가 질투 난 이유는 단순히 글이 재밌거나 베스트셀러 작가 이어서가 아니다. 내가 쓰고자 했던 가치를 내가 쓰고자 했던 장르로 풀어내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소설은 보통사람과는 조금 다른, 어쩌면 결함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들이 참 매력적이다. 읽을수록 짙어지는 주인공의 매력을 느끼며, 끝내 '그를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어?'라는 물음을 하게 되는 소설이랄까. 거기에 대사는 따뜻하면서도 센스 있다. (다 가진 그녀...)
나는 몇 년 전 '비번스'라는 웹소설을 썼다. 비록 완성하지 못했고 내 기억 속에서도 잊히고 있었지만 '방금 떠나온 세계'를 읽으면서 다시 비번스가 떠올랐다. 소설 속에는 비정상적인 괴물인간이 등장하고, 정상적인 사람들 속에서 누구보다 인간답게 살아간다. 다르다고 짓밟아선 안돼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마침표가 없는 나의 첫 소설..
바쁜 현대사회를 살면서 나 역시 매뉴얼 된 일이 편하고, 잘 모르면 괜히 안전한(?) 프랜차이즈를 방문하며, 유행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으면 마음이 편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이런 말이 맴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절대적으로 옳다고 강요할 수 있을까?
세상이 하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면 그건 다양성일 것 같아.
그녀의 소설에서는 다양성이 빛나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소설이, 그녀가 너무 질투 난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언젠가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