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너 Oct 01. 2021

네 거 되려고 그랬네

2화. 물건에도 인연이 있는 건지 콩깍지가 단단히 씐 건지

 임장 데이트로 생각하고 중개사를 만나기로 한 날은 토요일이었지만 저희는 수요일부터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집은 낮에만 보는 거 아니랬어. 밤에도 꼭 한 번 가보랬어.'라는 말을 핑계 삼아 목요일 저녁 처음 그 주소에 들렀습니다. 중개사 없이 방문한 터라 외관만 보고 가야 했지만 사실 그때 벌써 마음이 뺏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예전부터 내가 집을 짓거나 주택에 살게 되면 '나무 현관문'을 꼭 하고 싶었는데, 전구색 등이 켜지는 나무 현관문을 보고 반해버렸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저희에게 옆 건물이 어린이집이라는 것도, 산책을 좋아하는데 코앞에 숲 산책로가 있다는 것도 반하지 않고는 못 배길 요소들이었습니다. 그날은 겨울이라 올라오는 언덕길에 눈이 쌓여있었는데 그마저 불편함보단 아름답게 느껴졌죠.

 그렇게 반은 넘어간(?) 상태에서 중개사님을 만난 저희는 집에 홀리지 말자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며 예전 자취집을 찾아 헤맨 실력으로 물은 잘 내려가는지, 창은 어느 방향으로 나있는지, 불을 껐을 때 채광은 어떤지, 몇 중 창인 지도 꼼꼼히 체크했습니다. 알고 보니 건축 후 2년 동안 주인세대는 사람이 살지 않았더라고요. 건축회사 소유의 집이었던 거죠. 그렇다 보니 난간이 녹슬거나 싱크대가 누레지거나 외벽 빗물받이를 새로 해야 한다 등의 사실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체크를 하면서도 자꾸만 '괜찮네, 괜찮은데? 여긴 어떻게 하고 여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개사님이 '역세권도 아니고..', '부엌이 4인 가족 기준으로 본다면 좀 작게 빠졌고..', 라며 단점들을 얘기해주셨습니다. '계약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도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저흰 서로 '꼭 역까지 오분이내에 가야할까', '어차피 인테리어 하면서 부엌 싱크대를 좀 더 크게 만들면?'이라며 단점을 무마시켰습니다.

 사실 중개사님이 이렇게 단점을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희보다 먼저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의 계약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희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오자 놀란 중개사님도 이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그래도 계약이라는 건 도장 찍기 전 까진 모르는 것이니 앞사람들 계약이 파기되면 꼭 바로 알려주겠으며 저희에게 우선권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명확히 매도인 강세 시장에서 계약이 파기될 일이 없다 생각한 저희는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조울증에 걸린 것 같아 밤에 남산공원에서 머리를 식히기도 했습니다.

 내 집이 생긴다는 꿈에 부풀었는데 앞선 계약이 있다니, 마치 집을 도둑맞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물건에도 인연의 끈이라는 게 존재하는 걸까요?

마법처럼 저희 앞팀의 계약이 파기되었고, 저희는 그 집을 계약하게 됩니다!! 


쿵. 쾅. 쿵. 쾅.

집을 계약 후 기쁨과 두려움이 함께 찾아왔고, 저희는 잔금을 무사히 치르고 나서야 몇 개월 동안 느끼기 힘들었던 편안한 휴식과 안정을 취했습니다. 처음으로 집을 사다는 건, 더군다나 그나마 절차가 간단한 분양이나 아파트가 아니고 건물을 산다는 건 꽤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했습니다.

 처음 써보는 자금조달계획서, 다양한 대출 업무, 세금 미납액이 없음을 증명하는 일과 앞으로 내야 할 세금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 법무사를 구하는 일, 임대사업자 신고,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에 들어올 사람을 구하는 일, 인테리어 업체를 구하는 일 등 수많은 현실적인 업무가 저희를 기다렸습니다.

회사 일이 끝나면 집에 대한 또 다른 업무를 마주했고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른 뒤, 꿈만 같던 '우리 집'이 생겼습니다.


우리 집이 생기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네 꺼 될라고'였습니다. 우연히 발견했다는 점과 앞 계약이 파기되면서 저희에게 기회가 생겼다는 스토리를 들은 부모님, 매도인, 중개사, 친구들이 모두 이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런 게 인연이지, 네 거 되려고 그랬나 보다


 사실 '구매 히스토리' 중 제가 가장 신기했던 건 우연히 발견한 점과 앞 계약이 파기된 점이 아니라 내가 꿈꾸던 요소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재테크를 위해선 역세권이어야 하겠지만 전 늘 숲세권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이 부분을 서울에서 이룰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자연과 가깝고, 획일화된 아파트 구조가 아니며, 층간소음 고통이 없고, 맛있는 커피 향이 나는 카페가 있는 건물에 나무 현관문이라니... 콩깍지가 안 씌고 배기나요? 그래 넌 내 운명이었어!



[운명의 나의 집을 매매하는 단계]

1. 각종 부동산 사이트/어플에서 가격과 주거형태의 필터를 최대한 넓은 범주로 살펴본다

2. 눈에 들어오는 집이 있다면 반드시 3번 이상 방문할 것

  - 실제로 출퇴근을 해본다.(출퇴근 시간과 방법은 삶의 질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

  - 낮에도 가보고 밤에도 가본다.

  - 집의 동서남북을 알았다면 남> 동 > 서쪽 순으로 창이 크게 잘 나있는지 파악한다.

    (집에 해가 잘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것은 실거주 목적이라면 매우 중요하다.)

  - 가급적 주말과 평일 둘 다 가본다.

    (아파트라면 상관없겠지만 주택이나 빌라의 경우, 골목에 차들이 꽉 들어차진 않는지 살핀다.)

  - 빌라나 주택이라면 자차로 주차를 꼭 해보시길(이것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얘기는 다음에..)

3. 공인중개사와 날짜를 잡고 구매의사가 있다면 강력하게 밝힌다.(그래야 도움을 많이 준다.)

  - 건물이나 주택, 다가구의 경우 토지대장, 건축물대장을 보는 것이 안전하다.

4. 공인중개사와 함께 대출을 알아보고 경제적으로 구매 가능한 상황을 파악한다.

    경제적인 상황에 고려  항목은 다음과 같다.

   - 부동산 가격(안되면 말고 심정으로 일단 깎아보자.)

   - 취득세와 등기비, 법무사 선임비용 (첫 매매가 아니라면 양도소득세까지..)

   - 공인중개사비

     (전세기간 도중 나오는 것이라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공인중개  감당하게  가능성이 크다)

   - 이사비

   - 전자제품 또는 가구 교체 비용

   - 인테리어를 할 것이라면 인테리어 비용

   - 현금 100%가 아니라면 앞으로 대출 이자에 대한 계획과 타당성 생각하기

5. 계약

    - 잔금일은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게 좋다.

    - 잔금일이 6월 근처라면 6/2이후에 잔금을 지불하면 그 해는 재산세를 내지 않는다.

    (계약할 때에 주의해야 할 점이나 꼭 필요한 특약사항 등은 따로 다뤄보겠다)

6. 자금조달계획서

    세무사 상담을 하면 10만 원~2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 충분히 혼자 가능할 것

    계약 후 30일 이내에 공인중개사가 세무서에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스스로 하면 스트레스는 좀 받을 거다)

7. 건물의 경우라면 임대사업자 등록 등의 부수적인 절차도 필요할 수 있다.

8. 중도금 지불 및 대출 심사

    (난 이 부분이 항상 신기한데 계약 후에 대출 심사가 이뤄지는 게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9. 대출

    대출 시 필요한 서류도 참 많다... (남의 돈 버는 거랑 빌리는 건 쉽지 않아...주륵)

   - 미납한 세금이 없다는 사실도 증빙해야 하고(무슨 서류를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아야 함)

   - 소득증명 등(회사에 다니면 재직증명도)

10. 잔금 지불

   - 잔금 지불 시에 은행원과 법무사가 함께 온다. (뭔가 모르게 든든함..?)

 11. 등기


이 많 은 시 간 이 지 나 고 나 서 야 내 집 이 된 다!

그 럼 이 제 인 테 리 어 스 트 레 스 관 문 이 남 았 다!

아, 물 론 돈이 많으면 ... 모 든 절 차 는 쉽 다 ( 난 모 르 는 일 ㅎ)

작가의 이전글 머메이드 버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