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1 리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그 제목과 책 표지 디자인 만으로 정말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꿈 백화점이라니... 너무 설레는 표현 아닌가!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꼭 사야지 하던 책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2권이 나오고서야 1권을 읽게 되었다.
우선 등장인물들은 아주 독특한 사람은 없었지만 읽기 편안한 인물들로 가득해서 힐링되었다. 에필로그를 통해 제 각기 탄탄한 이야기와 개성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재미있게 드러났다. 달러구트의 선함과 인자함이 덤블도어를 닮았다고 연상이 되어서 읽는 내내 반가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 다시 읽고 싶은 문장에 책갈피 스티커(플래그 스티커?)를 붙이면서 읽는 편인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모든 문장이 좋아 스티커를 붙일 수 없었다기 보단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이라 빠르게 이야기에 몰입해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좀 더 기억하고 싶은 페이지는 살포시 끝을 접어 두었다.)
전반적으로 몰입이 잘되는 소설이었지만 특히 공감해서 읽은 꿈 이야기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트라우마 환불 요청]에서 여자가 '시험에 시달리는 꿈을 꾸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익명의 손님께서 당신에게 보낸 꿈] 챕터의 '할머니 꿈'이었다.
전자는 아직도 내가 꾸고 있는 악몽이다. 대학교마저 졸업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요즘도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지 않아서 초조해하거나 시험기간인데 공부 안 하고 뭐해? 큰일 나겠어! 하면서 얼른 공부를 시작하는 꿈을 간혹 꾼다. 사실 요 며칠 전에도 시험기간인걸 깜빡하고 공부를 하지 않은 꿈을 꿨다. 꿈에서 깨면 정말 소설 속의 여자처럼 '안심할 만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나서야'(이 부분이 정말 공감 갔다ㅎ),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진정이 된다. 나도 모르게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꿈에서 깰 때는 심장이 철렁할 때도 있긴 하지만 다시는 그 꿈을 꾸고 싶지 않다거나 그런 꿈을 꾸는 내가 불행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아직도 나 스스로 하는 채찍질이 있어야 내 삶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게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TV에 나와서 과거의 자신에게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어, 조금 더 나에게 관대해져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못난 반감이 들곤 했다. "성공했으니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차라리 과거의 나에게 고생해줘서 고맙다는 게 맞는 표현 아닌가."
물론 '너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누군가 말해준다면 울컥할 것도 같다. 또 그 말이 필요한 사람에게 그 말을 해 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얼마든지 해줄 수 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시험에 시달리는 꿈'은 악몽이긴 하지만 트라우마까진 아니라 생각한다. 책에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나는 내 꿈을 해석하기로 했다. 이제 그 꿈을 꾸면 '아 내가 또 뭔가 하고 싶구나.' 생각하기로. 그래서 또 한 번 열심히 달려 보기로 한다. 실패한다 해도 달리지 않은 것 자체를 더 크게 후회할 거라는 걸, 그게 나라는 걸 이제 알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공감했던 꿈은 '할머니 꿈'이었는데, 이와 비슷한 '외할아버지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책과는 달리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코로나로 병실 방문을 할 수 없었을 때 내 꿈에 찾아오셨다. 아직도 생생한 그 꿈을 생각하면 눈물이 촉촉하게 고인다. "이제 하~나도 안 아프다." 하시는 모습이, 옛날처럼 그 뚱뚱한 배가, 나를 쓰다듬는 촉감이 너무... 진짜 같던 꿈이었다. 책을 읽으며 할아버지가 예약하신 꿈이 이 하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든 큰 감정을 달러구트 씨에게 지불할 수 있으니 할아버지가 예약한 꿈이 일 년 아니 삼 년에 하나씩은 있었으면 좋겠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참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꿈에 대한 판타지, 하지만 누구도 이렇게 재밌게 쓰지 못한 이야기였다.
2권도 소장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