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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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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Park Aug 26. 2022

사막에 집짓기-1

나의 첫 내 집 장만 스토리

요즘에야 미국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열기를 식히는 중이지만(?) 작년에 내가 집을 살 때만 해도 그 뜨거움이 지옥불같이 느껴졌더랬다.


판데믹이 시작되고 락다운이 진행되면서 미국에선 기현상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의 꿈의 도시였던 뉴욕에는 세입자가 떠나서 텅텅 빈 아파트들이 즐비했고, 늘 북적이던 타임스퀘어는 스산한 바람만 겨우 지날 뿐이었다. 그 소식을 뉴스를 통해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사람들이 뉴욕을 떠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함에 따라 더 이상 비싼 월세를 내면서 좁은 아파트에서 생활할 이유가 없어졌거나, 경기침체에 따라 회사의 사정이 나빠져서 직장을 잃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뉴욕에서만 볼 수 있던 로컬 상점, 레스토랑들은 손님이 없어 가게를 유지하기 힘들어 문을 닫는 곳들이 속출했다. 어떤 아파트들은 세입자들을 잡기 위해 1달 내지는 2달의 월세를 면제해 준다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고, 월세를 대폭 낮추어 주기도 했다.


문제는 월세가 아닌 매매였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월세 대신 구매 하기를 희망했다. 집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났다. 나는 2020년 1월 1일부터 올해는 꼭 집을 사리라고 다짐한 사람이었다. 코로나가 터질 줄도 모르고 난 그저 개인적인 이유들로 이제는 나의 하우스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자 주변 사람들은 물론 부동사 업자들까지 나를 말렸다. 집에서만 생활하게 생겼으니 일단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매물이 극소량이거나, 아무튼 시장이 불안정하니 집을 사는 걸 재고하라는 반응이었다. 그 말이 그럴듯해서 일단 2년 넘게 머물던 아파트에서 좀 더 월세살이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시장이 점점 더 기이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시장뿐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점점 미쳐가는 듯했다.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은 온 동네방네를 휘저으며 소리를 지르고 쿵쿵대며 뛰어다녔다. 우리 집은 3층에 있었는데, 심지어 거기까지 올라와서 난장판을 만들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나로서는 업무에 지장이 가고 내 정신건강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가 더 자주 들려왔고, 새벽 두세 시에 집 바로 앞 놀이터에서 - 우리 집에서 뛰어내리면 놀이터에 떨어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2021년이 되면서 아파트 회사는 월세를 200불가량 올렸다. 원베드룸 아파트인데, 다른 개선된 사항도 아무것도 없는데 매달 200불을 더 내면서 스트레스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가출하고 싶게 만들었다. 이제 정말 집을 구해야 할 참이었다. 이웃들과 벽을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의 차고가 있어 주차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바깥공기를 쐴 수 있는 뒷마당이 있는 그런 하우스 말이다. 그리고 마침 친구 한 명이 그 무렵 집을 샀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지금 집 가격이 계속 오름세라서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소식도.  나와 남편은 -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한다는 강력한 나의 주장 하에- 당장 친구의 부동산 중개인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의 여자 친구의 어머님이라 왠지 더 믿음이 갔다. 그리고 바로 집 구매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사이 집값이 거의 두 배쯤 뛰었다는 것과 매물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집이 시장에 나오는 족족 팔려나가 버렸다. 우리는 나와 있는 매물이 아주 적은 상황임에도 발품을 팔아 40군데 이상의 집을 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예산 안에 들어오는 집의 퀄리티는 낮아졌다. 그리고 좋은 물건이 나오면 현금으로 100% 그 자리에서 지불하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웃돈을 어마어마하게 주고 사는 사람들이 잽싸게 채가기 일쑤였다. 중개인 분의 말에 의하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서 굳이 비싼 모기지나 월세를 내며 살 필요가 없어진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현금 박치기로 애리조나의 집들을 사들인다고 했다. 그리고 집값이 캘리포니아의 반값 정도이기 때문에 집을 살 때도 한집만 사는 게 아니라 여러 채를 사서 월세로 돌린다는 것이었다. 우리 같은 소시민이, 그것도 우리 같은 첫 집 구매자가 시장을 뚫고 들어갈 확률은 점점 더 바늘구멍만 해져 갔다. 앞으로 6개월 이내로 첫 집 구매자가 집을 사지 못하면, 아마 어쩌면 앞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집을 구매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도 들었다. 한 집당 경쟁자 수가 50명 이상이 되는 집들도 많았고, 집을 보러 가는 중에 현금을 들고 온 사람이 그 자리에서 사 버려서 뷰잉이 취소된 적도 꽤나 많았다. 어떤 집들은 동부에 사는 구매자가 집을 보지도 않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화로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해서 사버린 곳들도 있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계속 매물이 나오는 게 있나 확인하고, 가서 보고, 오퍼를 작성하고, 웃돈을 얹겠다고 약속하고, 기다리고, 실패(?)하고 그랬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훨씬 넘쳐나는 셀러 마켓이라, 집주인들의 거만함과 무례함도 꽤 볼 수 있었다. 보통 집을 산다고 계약서를 작성할 때, 집에 결함이 있으면 집주인의 재량에 따라 어느 정도 보수를 해준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 어떤 것도 고쳐놓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더 높은 값에 팔기 위해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을 더 극심한 경쟁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우리도 그런 그들의 플레이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아무리 동의하지 않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을'인 이상, 어찌해 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파트 월세 생활은 정말이지 청산하고 싶었는데, 정말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걸까?


희망은 있었다!

새로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새집을 짓는 곳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이 우리의 예산 범위 안에 들어왔다. 원래부터 될 수만 있다면 새 집을 사고 싶었던 나는 당장 진행하겠다고 했다. 내가 새 집을 사고 싶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효율 때문이었다. 애리조나의 여름은 아주 뜨거워서 찬물을 틀어놓아도 더운물이 나온다. 에어컨이 없이는 아무리 건조한 사막이라도 견디기 힘들다. 우리의 작은 원베드룸 아파트만 해도, 최대한 에어컨을 틀지 않고 지내도 여름이면 140불 여가 매달 청구되었다. 이 정도면 주위 친구들 치고는 싼 편이었다. 시부모님은 -물론 크기가 좀 있는 하우스에 사시긴 하지만- 매달 600불 정도가 든다고 하셨다.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간다고 생각하던 중, 에너지 효율이 보장된 집에서 살면 꽤나 전기세를 아낄 수 있다고 들었다. 에너지 효율을 올리는 데에는 온도 유지를 해 주는 적절한 창문을 다는 법과, 집의 자재를 좀 더 그에 맞는 것으로 짓는 방법이 있다. 또, 태양열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창문은 비싸고 태양열 설치와 구매/렌트비 역시 꽤 나가기 때문에, 될 수 있다면 에너지 효율이 좋은 자재로 지은 새 집을 사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요새 짓는 새 집들의 경우, 창문까지 에너지 효율을 돕는 창으로 다는 곳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새 집을 갖고 싶었다. 당시 새 집을 짓는 지역은 몇 있었지만 대부분 우리에게 너무 크고 비싼 집들이어서 포기하고 있던 차였다. 그렇기에 우리 예산 범위 안에 있다는 새 커뮤니티의 소식은 반가운 희망이었던 것이다. (아, 그리고 새 집은 웃돈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무엇을 더 고민하겠는가! 우리는 당장 해당 사무실로 가서 이것저것 자세한 절차와 설명을 들었다. 집을 사는 과정 자체는 별달리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문제는 선착순 로터리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빌더 쪽에서 나름대로 고안한 최대한 공정한 방법이라고 했다. 우선 집을 사기를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신청을 받고, 빌더 쪽에서 특정 날짜에 이메일을 보내면 선착순으로 답을 하는 사람들에게 집을 살 기회를 준단다. 해당 이메일에는 어떤 자리의 어떤 평수의 어떤 집이 어떤 인테리어 자재로 들어가는지 목록이 주어지고, 그중 원하는 집을 재빠르게 써서 회신하면 된다고 했다. 희망은 크지 않았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보다야 나았다. 우리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그들이 정해 놓은 날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에 다른 집들을 찾아보고 오퍼도 쓰고 거절당하거나 탈락당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남편과 나는 잠을 설친 채 바짝 긴장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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