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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큰티팟 Jan 02. 2021

시간이 지독히도 흐른다

그래도 공평하게 2021년은 이어진다.

2020년을 흘려보냈다.

흘려보냈다 말고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바이러스의 창궐이라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 바이러스가 이렇게나 우리의 일상들을 좀먹어버리게 될 줄.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올해는 끝이 날 거라는 희망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고 그렇게 모두에게 안부인사를 건네며 2021년을 시작한다.


정말 모두의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2020년이겠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낀 부분들을 기록해둔다.


1. 지인들의 일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 주변의 안녕에 더욱이 신경을 쓰게 되면서 연락의 빈도수가 늘었다. 이건 모두가 SNS을 하는 시간이 더 늘어서 일수도 있겠다. 소셜 네트워크를 안 하던 지인들도 많이들 시작했고, 그래서 서로의 안부를 더 자주 가까이서 물어볼 수 있어졌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1년에 한 번도 연락 못했을 사람들도 많았을 텐데.

이건 선기능이라 볼 수 있겠다.


2. 살림/육아 스킬이 늘었다.

: 영아를 키우는 입장에서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전염병이 도는 상황에서는 집콕이 답이다.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나고, 주말 외출을 삼가는 날들이 많아질수록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육아를 한다. 그래도 새벽 배송과 로켓 배송이 있어 내일이 두렵지 않았다. 품절이란 단어에 이렇게나 예민한 적도 없었던 듯하고. 반 어린이집 교사가 된듯했다. 독서, 신체활동, 외국어, 음악, 오감발달 놀이까지 신경 써서 매일 스케줄을 짰다. 인풋이 온전히 나에게로부터 나오니, 아웃풋 역시 제일 먼저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이의 성장은 실로 24개월이 넘어서는 순간까지도 늘 새롭고, 설렜다. 그걸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건 앞으로 그러지 못할 시간들이 더 많을 것이란 걸 알기에 보면서도 아쉽고,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했다. 그런데, 분명 2년 전보다 방이 10평 이상은 커졌는데 활용 공간은 줄어들었다. 택배가 이렇게나 쌓이니 이건 변명할 여지가 없네.


3. 소비는 늘었고, 사용 패턴도 달라졌다.

: 차라리 나가서 놀면 소비가 적게 드는 면이 있다. 집에 있다 보니 해 먹는 음식 + 배달시켜 먹는 음식 빈도수가 섞이고 (차라리 둘 중 하나만 해야 식비가 줄어든다), 매일매일 지루하지 않은 육아시간을 만들려 고군분투하다 보니 택배가 끊이질 않고 도착했다. 외출이 줄어 의복비는 줄겠지 싶었는데, 실내복을 그렇게나 많이 사게 된다. 거기다 집에만 있다 보니 주부습진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피부 트러블, 작은 화상까지 별의별 질병들을 갖게 되어 병원 투어를 자주 했다. 전염병 초기엔 상비약들을 구매하다가 중반 이후로는 상비 의료기기들도 구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용품 지출이 많았다. 아이들은 아프면 대부분 열부터 난다. 감기가 걸려 목이 아파도, 접종을 해도 부작용으로 열이 오르고, 장염이나 각종 염증들에도 열이 쉽게 오른다.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38도 정도는 가볍게 넘어서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같은 시국에는 그 정도가 되면 동네병원 출입도 눈치가 보인다. 해서, 가벼운 증상들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홈케어 의료기기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제일 잘 산 건 네뷸라이져. 내일은 콧물흡입기를 사러 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홈트에 필요한 운동기구와, 각종 보조제들에 대한 지출이 대폭 증가했다. 결국 '집에서 건강함을 유지하는 방법'쪽으로 소비의 패턴이 정해졌다.


4. 관심분야가 다양해졌고, 지식이 쌓인다.

: 의학, 부동산, 웹툰, 드라마, 세계경제와 정치까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니 당연스럽게도 웹툰이나 드라마 시청 시간도 늘었지만 고무적인 건 이젠 뉴스를 관심 있게 청취하고 궁금한 건 찾아보기도 하고, 특히 의학적인 부분이라던지, 세계 상황까지도 관심 있게 확인한다는 점이다. 온 세계가 하나라는 사실을 이토록이나 체감했던 적은 없었기에. 더불어, 이 전염병의 종식 후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나는 변화된 삶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며 인류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도 느낀다. 어쩌면 당연히 관심을 가졌어야 할 부분이었음을 뒤늦게라도 깨달았다는 것에 대해 다행이란 안도감도 느끼면서.


분명 상황은 나빴지만, 얻을 것은 있었다. 주어진 하루하루는 꽤나 초조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하루하루가 나름 치열했다. 인간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게 불가능한 존재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몸은 제한적인 공간에 묶여있어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인지하고 행동했고 정신적으론 투쟁도 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게 쌓인 나를 비롯한 모두의 공(功)들이 2020년에 묶여있다고 생각한다.

그 공(球)을 굴려서 2021년은 그저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기필코 시간을 살아내겠단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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