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추억의 맛 08화

싱그럽고 담백한 맛, 여덟: 8년째 요리와 친해지는 중

(양배추 덮밥, 두부 스테이크)

by 뽀롱마미

“딸, 엄마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가. 아빠 저녁 챙겨드려.”

“엄마? 내가?”

“응! 엄마가 밥이랑 찌개 끓여놨어. 데워서 아빠 챙겨 드리기만 하면 돼.”

“응? 알았어.”


엄마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아빠의 저녁 식사를 챙겨드리게 된 나. 저녁 시간이 되자 아빠는 갑작스럽게 주문했다.

“딸, 아빠 달걀 프라이 먹고 싶어. 하나 해줘.”

“달걀 프라이? 나 안 해봤는데…”

“쉬워. 기름 붓고 달걀 깨서 익히면 끝!”

갑자기 달걀 프라이를 먹고 싶다는 아빠의 부탁으로 태어난 지 삼십 년 만에 처음으로 요리하게 되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달걀 프라이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다급한 나머지 나는 달걀 프라이를 반대쪽으로 뒤집는 순간 달걀 프라이는 조각이 되어 프라이팬 밖으로 멀리 날아갔다.

달걀 프라이의 탄 냄새를 맡은 아빠는 황급히 주방으로 달려와 호탕한 웃음을 보이며 나에게 한마디 건넨다.

“딸아, 달걀 프라이 하나 못해서 나중에 어떻게 시집갈래?”


그렇다. 나는 세상에 태어난 지 삼십 년 넘게 요리의 ‘요’ 자도 잘 알지 못하는 여자였다.

엄마는 어차피 나중에 시집가면 지겹도록 요리한다며 나에게 전혀 요리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내가 요리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결혼하고 갑자기 요리사의 역할이 주어졌다.

갑작스러운 요리사 역할에 긴장한 나는 다급히 요즘 핫한 백종원 님의 요리책을 샀다.


백종원 님의 레시피를 동아줄 삼아 삼시세끼 요리를 한 지 2년 차 되던 어느 봄날. 우리 부부에게 쌍둥이 찾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쌍둥이 출산을 시작으로 육아 전쟁 현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쌍둥이가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요리의 부담감이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줄기 빛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유식 요리책 세 권을 구매했다.

다음날 이유식 책이 배달되었고 쌍둥이를 재운 후 밤새 이유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책에 적혀 있는 레시피대로 첫 번째 이유식을 만들었다.

‘맛있을까? 무슨 맛일까?’

설렘 반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쌍둥이에게 먹였다.

묽은 쌀미음을 한 입 먹는 순간 쌍둥이들의 미간은 일그러졌다. 그리고 퉤! 소리와 함께 이유식은 그대로 식탁 위에 떨어졌다.

‘나는 정말 요리에 소질이 없나 보다…”


쌍둥이가 거침없이 이유식을 내뱉는 모습을 보고 상처받은 나는 장비가 부족해서 음식 맛이 없다는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

장비 빨 새우면 나의 요리 실력은 향상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몇십만 원짜리 이유식 메이커를 구매했다.

싱싱한 야채를 이유식 메이커에 넣어 찌고 갈아 만들면서 설렘 가득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맛있겠지?’

‘쌍둥이들이 너무 맛있어서 더 달라고 하면 어쩌지?’

1시간 동안 만든 이유식을 쌍둥이들에게 한 입 먹이는 순간. 또다시 뱉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이유식을 사 먹이기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쌍둥이들이 유아식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 내가 직접 요리를 해서 먹여야 한다는 두려움에 또다시 유아식 책 두 권을 구매했다.

야무지게 잘 먹는 모습을 기대했던 나는. 자주 뱉고 잘 먹지 않는 쌍둥이들의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 요리하고 싶다는 의욕이 떨어졌다.

쌍둥이들이 잘 먹는 음식을 해주기로 결정한 나는 매일 김 가루 주먹밥을 먹였다.


몇 주 후 영유아건강검진을 받고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쌍둥이들 식단을 물어보셨다.

“보통 식빵, 주먹밥, 우유 많이 먹어요.”

“골고루 먹이셔야죠. 쌍둥이들이 또래보다 작아요.”

그 순간 나의 잘못된 생각으로 쌍둥이들이 잘 크기 못했다는 죄책감에 다시 요리를 하기로 다짐했다.


‘어떤 음식을 해줘야 할까?’

그때부터 유아식에 나온 요리 전체를 하나씩 다 해주면서 쌍둥이들이 잘 먹든 먹지 않든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늘은 양배추 덮밥을 해볼까?'


소금, 간장 등의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음식 레시피.

'과연 맛있을까?'

음식이 완성된 후 쌍둥이들에게 주었다.

쌍둥이들도 엄마가 처음 해준 이 요리가 낯선지 눈으로 관찰만 하고 쉽게 수저를 들지 않았다. 그렇게 이삼 분 후 아들이 한 입 넣고 씹자마자 “우와!”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들의 모습을 본 딸도 양배추 덮밥을 한 입 먹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와!”라며 탄성을 외쳤다. 쌍둥이들은 처음으로 엄마가 만든 요리를 한 그릇 뚝딱! 했다.

그렇게 나는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


다음 날 저녁.

'오늘은 두부 스테이크를 만들어 볼까?'

'쌍둥이가 이번에도 잘 먹어주려나?'

긴장한 마음으로 완성된 두부 스테이크를 쌍둥이에게 건넸다.

역시나 처음 보는 요리를 바로 먹지 않고 한참을 눈으로 탐색하는 쌍둥이.

두부 스테이크 위에 케첩을 뿌려주자 바로 포크로 찍어 먹기 시작했다.

“엄마, 맛있어.”

기분 좋은 감탄사를 흥얼거리며 두부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


요리한 지 팔 년 차. 나에게도 작은 요리 기술이 생겼다. 아이들을 위한 요리를 만들 때 요리책의 레시피 순서를 찾아보지 않아도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간장 몇 숟가락, 설탕 몇 숟가락 등의 계량 수저에 의존했던 내가 이제는 느낌만으로 음식의 양념을 만들 수 있는 감이 생겼다.

하루하루 요리 감각이 성장하고 있는 내가 신기하고 뿌듯하다.



1. 양배추 덮밥 레시피

1) 양배추와 애호박, 양파, 소고기를 잘게 썰어 해물 육수 물에 넣고 끓이기

(재료들이 푹 익을 때까지-대략 20~30분)

2) 감자 전분 넣기 (차가운 물 150ml+감자 전분 어른수저로 1숟가락)


Tip. 양배추를 많이 넣어야 더 맛있어요.


2. 두부 스테이크 레시피

1) 두부를 찬물에 대략 10분 정도 담근다.

2) 두부를 채반 위에 놓고 물기를 뺀다.

3) 당근, 애호박, 양파를 잘게 다진다.

4) 프라이팬에 오일을 두르고 잘게 다진 야채를 볶는다.

5) 키친타월에 두부의 물기를 한 번 더 뺀 후 잘게 으깬다.

6) 두부와 야채, 빵가루 조금 넣고 반죽한다.

7) 반죽을 손바닥 크기로 동그랗고 납작하게 만든다.

(손으로 뭉치며 반죽을 오래 해야 두부가 잘 뭉쳐져요.)

8)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주기


Tip. 반죽에 피자치즈를 조금 넣어서 구워주면 더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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