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추억의 맛 09화

얼큰한 맛, 아홉 : 세상 살맛 나는 나의 최애 음식

(라면)

by 뽀롱마미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 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

하루에 열 개라도 먹을 수 있어.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 좋은 라면!


팔십 년대 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아이 공룡 둘리라는 만화가 있었다. 둘리 만화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그중 라면 덕후, 음악 덕후인 마이콜이 지금까지 내 마음에 깊이 자리 잡았다.

마이콜은 둘리, 도우너, 그 외 친구들과 노래 경연 대회에 나간다. 대회에서 마이콜은 라면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열창했다. 음정, 박자 모든 것이 기괴하게 느껴졌던 만화를 보며 어이없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노래가 왜 저래?’

‘라면이 저렇게나 좋나? 하루에 열 개를 어떻게 먹지?’

‘라면 하고 인생하고 어떤 관계가 있는 거지?’

마이콜이 라면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열창하던 그 시절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엄마는 내가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라면을 한 번도 먹이지 않았었다. 그래서 마이콜의 라면 사랑이 전혀 공감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마이콜의 라면 사랑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팔월의 어느 여름날 새벽, 자영업과 농사일을 겸하셨던 아버지의 밭일을 도와드리게 되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기 전에 하루의 밭일을 마쳐야 했기에 속도를 내어 한 줄 기차로 각자의 빛깔을 뽐내는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일을 끝내고 아침 겸 점심으로 엄마가 준비해 주신 김밥과 육개장 먹었다. 처음에 육개장 컵라면을 보고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말했다.

“엄마, 날씨도 더운데 무슨 컵라면이야?”

투덜거리며 김밥을 한 입 베어 물고 육개장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젓가락으로 한 입 먹는 순간 고소한 김밥이 입맛을 돋우고 칼칼한 육개장 컵라면의 국물과 꼬들꼬들한 면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채워줬다.

이렇게 육개장 컵라면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마트에서 컵라면 열두 개 들어있는 세 세트를 구매했다. 그리고 매일 하루 한 끼 컵라면을 두 달 가까이 먹었다. 하루하루 꼬들함과 칼칼함의 육개장에 헤엄치는 나날이 늘어날 때마다 나의 이마에도 뾰루지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뾰루지를 엄마에게 들키고 육개장과 나의 사랑도 끝을 맺었다.


십 년 후 취업하고 술자리가 많이 지면서 숙취로 몸이 날카로워지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되었다.

회식한 다음 날은 과음으로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몸 안에서는 불편하고 따가우면서 음식 냄새도 맡기 싫어지는 불쾌한 울렁거림이 시작되었다.

근무하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국물! 국물! 칼칼한 국물! 을 간절히 원하기 시작했다.

일을 한 건지 숙취와의 전쟁을 한 건지 모를 하루의 시간을 간신히 견뎌내고 집으로 향했다.

퇴근 후 부엌 선반에 놓여있는 라면이 보였다. 라면을 보자마자 이성보다 본능의 손이 먼저 움직이며 어느새 팔팔 끓어오르는 물에 라면을 넣고 끓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완성된 라면의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내 눈에서는 그동안 갈망했던 무언가를 찾았다는 듯 환희를 질렀고 면이 입 안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따가웠던 속은 평온을 되찾았다.

이렇게 술을 먹은 후 해장으로 라면을 꼭! 끓여 먹는 버릇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결혼 후 시댁 식구들과의 친목 도모 자리를 자주 가지며 나보다 더 강렬한 라면 덕후를 알게 되었다. 바로 아주버님!

형님의 이사 소식을 듣고 집들이를 갔었다. 술을 마신 뒤 아주버님은 환상의 라면 레시피를 연구했다며 틈새라면과 진라면 순한 맛으로 해장라면을 끓여주셨다.

아주버님의 라면 철학에서 제일 중요한 팁 라면을 끓이는 동안 절대 면은 젖지 말자!이다. 이런 팁 덕분에 먹는 내내 면이 꼬들꼬들함을 유지했다.

아주버님의 새로운 라면 레시피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라면이 만나도 맛있을 수가 있구나.’

아주버님 덕분에 나는 라면을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다.


쌍둥이 엄마가 된 지금. 육아 스트레스가 가득 쌓였을 때는 아이들을 재우고 신랑과 함께 시원한 맥주와 라면을 먹는다.

꼬들꼬들한 면발이 입안에 머무는 사이 무거웠던 나의 마음도 라면의 면발처럼 야들야들 해지기 시작했다.



1. 해장라면 (틈새라면+진라면 순한 맛)

(1) 물 350ml 끓이기

(2) 끓는 물에 수프 먼저 넣기

(3) 면 넣기

(4) 3분 30초 후 불 끄기


Tip. 라면을 끓이는 동안 면은 절대! 젖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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