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난초
일부러 일찍 깬 미정은 새벽 별들이 아직 하늘에 맴도는 동안, 조선의 가장 오래된 도서관인 완위각에 조용히 몸을 숨겼다. 그녀는 아버지가 감독관으로 일하는 이곳에서 그녀에게 허락되지 않은 지식을 몰래 배우려 했다. 여성들에게는 교육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미정은 항상 배우는 것을 원했고, 활자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 열의는 더해만 갔다.
그녀가 읽은 책들은 점점 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고, 그녀의 마음은 지식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찼다. 미정은 책에서 배운 지식을 통해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조선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그녀는 완위각에서 읽은 글들을 숨겨 온 보자기에 기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했다. 미정이 발각되면 그녀의 가족은 오명을 쓰게 되고, 그녀 자신은 지고한 법에 따라 3대가 멸할 수 있는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식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완위각을 방문했다.
그날 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미정은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그녀가 밝은 달빛 아래서 걷고 있을 때,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미정을 지나쳐 돌아섰고, 이내 마주했다. 그의 눈은 별빛처럼 반짝였고, 그는 미정에게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건넸다.
"우리의 운명은 자신이 선택한 대로 꾸며질 수 있다. 너는 이미 첫걸음을 떼었으니, 나아갈 용기만 있다면 아무것도 너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곤 이내 멀리 사라졌다.
'내가 몰래 책을 읽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인가... 이를 어쩌지... 아버지가 아시면 큰일인데...'
그러나 이 생각도 잠시, 사내에게 들었던 말은 미정의 마음속에 깊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그날 밤부터 더욱더 서책들을 읽어가기 시작했고, 아무도 이러한 일들을 계속하고 있는 미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