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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nt Jul 05. 2023

각성란_20230705

세자의 그림자


"내일 아침 일찍 궁에 들어갈 채비를 하거라"


"정말이신가요 아버지! 혹, 집현전에 들르시는 건가요? 소녀 일각만이라도 집현전에 있는 서책들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안된다. 누군가의 눈에라도 든다면 어찌 되는지 알고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그저 아비 옆에 꼭 붙어 있거라"


"네... 아버지."


조선의 궁중, 세상에서 가장 절대적인 권력을 품고 있는 곳, 미정은 망설이던 발걸음을 더듬으며 궁궐 안으로 들어섰다. 미정은 아버지 옆에서 조심스럽게 궁중의 일상을 관찰했다. 아버지의 관직으로 인해 그녀는 궁중에서의 일상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더 오래 궁에 머물기를 원했다. 그녀는 성큼성큼 걷는 발걸음과 함께 소맷자락을 잡으며 아버지의 조언을 떠올렸다. 


"주의해야 한다, 미정아. 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지만, 그림자 또한 넓게 퍼져 있다. 너는 그림자에 휩싸이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미정은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걸었다.


"예서 기다리거라."


어느 휘황찬란한 건물 앞에서 미정은 아버지를 기다렸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따사로운 햇살을 그대로 통과시키고 있었다. 하늘하늘 불어오늘 바람이 기분 좋음을 선물하던 찰나,


"게 누구냐"


어디선가 매우 힘없고 음침한듯한 말투가 들렸다.


'누구지? 말투로 봐선 아주 높으신 분 같은데.. 어쩌지?'


"왜 대답이 없느냐. 세상 모두가 나를 그리 본다고 이젠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아.. 아니옵니다. 소녀 완위각 심 교리의..."


"따라오너라"


심장이 멎을 듯한 느낌과 식은땀이 미정의 미간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곤 휘황찬란한 그 건물로 따라 들어갔다. 들어온 지 백보를 걷고서야 방에 도착했다. 고급스러운 자개가 박힌 탁자가 중간에 놓여있고, 갖가지 서책과 한편에는 차마 녹지 않은 초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과연 안쪽은 더 호화롭구나. 무슨 서책들이 이렇게나 많지'


"고개를 들어보아라. 나를 알아보겠느냐"


'누굴까 이 사람은... 아...!'


"간밤에 소녀에게 알지 못할 말들을 남기시고 떠난 분 아니시옵니까?"


"그래 맞다. 나는 이선이라고 한다. 너는 여인의 몸으로 서책을 보는 이유가 무엇이더냐. 나라의 법이 지엄하거늘. 무섭지 않은 게냐."


'이.. 선? 궁에서 이 씨 성을 가지고, 이 나이대라면, 세... 자? 그럼 어젯밤은 암행을 나오셨단 말인가 이걸 어쩐담'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세자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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