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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 율 Feb 06. 2022

말 걸어오는 브런치.

등한시


어느 경치 좋은  바닷가!

밤새 들리는 불규칙한  파도소리~

어느덧 익숙한 심장소리처럼 들리지 않을 때쯤.

불이 보고 싶어 진다.


몫 좋은  펜션.

그리고, 준비된 주인장.

무심히

장작 한 꾸러미 툭~ 던져준다면

무엇에  지쳤는지도 모르는 여행자는

되지도 않는 시 한 구절이라도 읊어 보고 싶어 진다.




장작불이 시작합니다.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생각보다 불은 잘 붙습니다.

타기로 작정한 장작이니까요~

신혼부부처럼  타오르다

이내 갈대처럼  흔들립니다.

마치 당신을 위한 사그라짐 이랄까요.

여행자가 지루해질 때쯤 곧고 길던 하얀 뼈가 부러집니다.

앙상하게 툭!

검게 톡!

그리고,

불침번 같이 졸린 눈을 감습니다.




불멍이  끝났다.

밤새 타닥타닥 불꽃을 내며  타오르는 풍요로운 불꽃 송이.

못되고 아쉬운 감정을

마지막 동족 막대기로 툭 치면 1미터도 못 오르고 사그라드는 가엾은 불꽃과 검은 갈비들.

스스로 춤을  추며 사그라들다

일어나다 또다시 들쑤셔지다를  반복.


불은 꺼졌다.



노트북 모니터 커서가 마중 불꽃처럼  반짝인다.

아무것도 못 썼는데...

백지는...

뭔가 타오르길 바라는  마른 장작  같이 준비된 살을 내 비친다.


불은 끝났는데 글은 시작도 안됐다.



생각은 장작 타는 속도를 좀처럼 앞지르지 못하고

희나리처럼  쓰기만 하다.

내 창작은  언제나 흐리다.

어느 습도 높은 맑은 날에 들쑤셔지길 바라는

나의 예고편은  아직 준비 중이다.

영화 예고편처럼 사기도 못 친다.


등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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