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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 율 Aug 10. 2021

아내의 로션병이 거꾸로 서있었다.

아내의 로션병이 거꾸로 서 있다.

샤워 후 화장대에서 본 로션병

위태롭게 물구나무 선 화장품 병하나

요가하듯 시위하듯...

툭. 건드리면 쓰러질 듯 불안하게...

그렇게  언제부터 인지 몰라도

아내의 로션병이 거꾸로 서서

병뚜껑 홈 안으로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럴듯한  침묵시위!

내 얼굴에  뭐 처바르는 걸 잊어

버석하게 건조해진 마른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내가 밥 먹으라고 부른다.

얼른 다시 병을 거꾸로 세운다.


퇴근길에 한 세트 사서 똑바로 세워 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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