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로션병이 거꾸로 서 있다.
샤워 후 화장대에서 본 로션병
위태롭게 물구나무 선 화장품 병하나
요가하듯 시위하듯...
툭. 건드리면 쓰러질 듯 불안하게...
그렇게 언제부터 인지 몰라도
아내의 로션병이 거꾸로 서서
병뚜껑 홈 안으로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럴듯한 침묵시위!
내 얼굴에 뭐 처바르는 걸 잊어
버석하게 건조해진 마른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내가 밥 먹으라고 부른다.
얼른 다시 병을 거꾸로 세운다.
퇴근길에 한 세트 사서 똑바로 세워 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