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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Mar 26. 2021

냉장고 속 시한폭탄들

48평에서 5평 집으로 이사하기

이거는 5일 남았네..
이거는 기한이 얼마 안 남았네..
오, 마이갓.. 이거는 버려야겠군..


 

자취를 하며 생긴 버릇이 있다. 바로 냉장고 속 음식들을 점검하는 것이다. 사실 본가에 살 때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쓴다면 내가 먹으려고 꺼낸 음식이 유통기한이 지났을 때 정도였다. 반대로 자취를 하면서 매번 재고 정리하듯 수시로 모든 음식들을 체크해야만 했다. 상한 음식을 먹고 치우는 건 순전히 내 몫이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꽤 많은 음식과 재료들을 버렸다. 유통기한을 잘 못 알거나 깜빡해서였다. 생각보다 유통기한은 짧았고 싱싱한 재료들과 맛있던 음식들은 어느 순간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쓰레기로 변해있었다. "내 돈 내산" 재료들을 먹어 보지도 못하고 버릴 때면 참 씁쓸했다. 몇 달간은 허무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장을 볼 때마다 음식을 사고 나면 약간의 압박을 느끼곤 한다. 딱- 바코드를 찍고 봉투에 넣는 순간부터 카운트 다운은 시작된다. 띠, 띠, 띠, 띠 -.  마치 시한폭탄의 초시계가 움직이 듯 각 음식과 재료들의 생존기간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바나나는 기한은 3일 남았네"

"차돌박이 된장찌개 세트는 오늘 안에 처리해야겠군"


최대한 이 시한폭탄들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한 내에 처리하도록 스케줄을 짠다. 어떤 때는 남은 식재료를 처리하기 위해 약속을 미루거나 순간 다른 배달 음식을 먹고 싶어도 참는다. 그만큼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는 건 내게 곤욕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냄새도 냄새지만 보관하는 것이 문제다. 냄새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를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처음에는 100 ML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가 점점 불어나서 3L 가까이 차게 되면 애매해진다. 다른 음식들로 차 있는 작은 냉장실에 음식물 쓰레기를 보관하면 왠지 모르게 찝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가성비보다 "기성비" 위주로 장을 보기 시작했. 즉 음식과 재료의 가격을 보기보다는 기한을 보는 편이다. 이를테면 30구 혹은 20구 계란이 가격 대비 저렴하지만 나는 6구 계란을 고른다. 어차피 다 먹지 못 할바에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내가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산다.



또는 즉석조리 식품을 산다. 한 음식의 요리를 하기 위해 각각의 재료들을 사는 건 생각보다 번거롭다. 실제로 한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은 소량이므로 그 소량을 위해 사는 건 낭비라고 생각한다. ( 물론 내가 요리를 자주 하지 않기도 한다.)  국을 먹고 싶을 때면 시중에 파는 찌개 세트를 즐겨 먹고 제육볶음이 먹고 싶으면 제육볶음 도시락을 산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냉동 보관하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음식을 먹고 남은 것들은 냉동실에 보관한다. 막 조리했을 때의 그때 그 맛을 재현하지는 못 하지만 요즘 전자레인지 해동 기능도 잘 되어 있어서 나쁘지 않다. 배달음식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음식을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그래서 우리 집 냉동실은 나중에 먹을 음식들로 가득하다.


얼마 전 우연히 음식물 쓰레기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동영상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편이라 하였다. 밥 이외에도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독특한 식사문화로 인해 매해 수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진다는 것이다. 보통 음식물 쓰레기는 재활용되는 쓰레기여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재활용 단계에서 대량의 음폐수가 발생하고 처리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음폐수의 경우 다량의 염분을 함유하고 있어 처리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또한 혼합 배출된 이물질로 인하여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실질적으로 20%~40% 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오늘도 냉장고 속에는 곧 터질 시한폭탄과 아직 시간이 남은 폭탄들이 보관되어 있다.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이 시한폭탄들의 초시계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나는 가능한 냉장고 속 시한폭탄들을 터트리지 않고 잘 관리하며 살고 싶다. 내 냉장고와 지구의 평화를 위하여-

(동영상 출처: 유튜브-대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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