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빛소리 Mar 09. 2024

"당신이 운명을 통제해요."

미니멀리스트로 살기

"You control your destiny. You don't need magic to do it."
"당신이 운명을 통제해요. 마법은 필요하지 않아요."

-메리다와 마법의 숲-


# 나의 천성은 '게으름'


  는 어릴 때부터 정리를 썩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리는 고사하고 내 방 청소도 스스로 하지 않았답니다. 그나마 학교에서 청소를 열심히 했던 이유는 안 하면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었죠.



  의 천성은 '게으름'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그냥 생긴 게 아니예요. 어릴 때 배우지 못한 정리, 청소 습관이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다고 저절로 만들어질 리는 없겠지요. 다행히 어릴 때부터 사고 싶은 물건을 마음껏 살 수 없었기에 제가 소유한 물건 자체는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만약 제가 부잣집 딸이었다면 물건이 내 방의 주인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대가 되어 교사가 된 이후에는 좀 달라졌을까요? 

교사는 매일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 반드시 청소를 시킵니다. 청소는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지요. 핑계를 대자면 안타깝게도 교육대학교 교양 과목에 정리나 청소 관련된 수업은 없었어요! 교실의 교사용 책상과 서랍은 정리가 안 되어 엉망이고 제 자리 밑에는 먼지 뭉치들이 돌아다녔습니다. 참으로 뻔뻔하게도 아이들에게 '깨끗하게 청소하라'는 잔소리를 늘어놓았어요. 그런 저에게 "선생님은 왜 청소 안 하세요?"라고 질문하는 아이가 없었던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교실을 1년 동안 사용한 후에 2월이 되면 새로 맡을 학년 반으로 교실을 이동하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교사와는 달리 초등교사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실과, 체육, 음악, 미술, 영어 교과를 거의 다 가르쳐요. 교과가 많고 초등학생의 특성상 다양한 교구들이 필요하기에 교사의 짐은 웬만한 이삿짐을 방불케 하지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저는 6학년 교실에서 3학년 교실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교실의 물건을 다 빼고 청소까지 깨끗하게 해 두는 것이 내 교실에 들어오실 선생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다른 선생님이 짐을 가지고 교실에 들어오실 때까지 저는 정리를 끝내지 못했어요!

그 선생님은 내 교사용 책상 안에 물건들이 가득 쌓여있는 걸 보고 한숨을 크게 쉬었지요. 결국 한참을 같이 정리하고 버리고 청소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고 부끄러워 낯이 뜨거워집니다.


#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현재의 저'는 정리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과거의 저'와 180도 달라졌어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소개합니다.

미니멀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하는 단순한 생활 방식. '심플 라이프(Simple life)'와 '단순한 삶(Simple living)'의 동의어. 자발적으로 불필요한 물건과 일을 줄여 본인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게 특징.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서 생활이 단순해지고 나중에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면서 오히려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소비나 사용 시간을 줄이면서 남은 시간을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집중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생활 방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로 부른다.                                                                                                                  -나무위키-

  

  미니멀라이프라는 생활 방식을 알기 전에도 내 아이디는 줄곧 simplelife였어요.

표현은 달랐지만 내면 어딘가에 이미 단순한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천성이 게을렀던 제가 미니멀라이프에 꽂혀 지금까지도 상당한 물건을 버리고 나누고 정리하게 된 계기는 남동생 방에 꽂혀있던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이었어요. 우연히 꺼내든 한 권의 책은 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기 시작했어요.


# '비움'의 미학


"인생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소유한 지금, 당신은 당신이 기르는 강아지보다 더 행복할까?"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애초에 원하는 모든 것을 소유해 본 적은 없어요. 그러나 소유가 주는 기쁨과 만족이 생각보다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지만 막상 그것을 소유하게 되면 그 상태에 곧 적응해 버려서  얼마 되지 않아 소유의 감격은 쉽사리 사라져 버립니다. 또다시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동경하고 갈망하며 이 사이클은 계속 반복되지요. 매번 쇼핑을 해도 내 옷장에 입을만한 옷이 없고 들 만한 가방이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 책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정리할 줄 몰랐던 나에게 커다란 자극제가 되었어요. 책을 집어 들고 단숨에 책 속에 빨려 들어가듯 완독했습니다. 저는 인생의 중요한 보물이라도 찾은 듯 강한 희열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행동파인 저는 그 길로 집에 있는 잡동사니, 즉 예쁜 쓰레기를 포함하여 내 삶에 불필요한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리기 시작했어요. 물건이 정리됨과 동시에 심리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내는 과정은 마치 진리를 탐구하는 수행자의 모습과도 닮아있었어요. 

비움은 인생에 꼭 남겨야 할 진정 소중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물건을 비우니 정리가 쉬워지고, 정리가 쉬워지니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미니멀라이프는 게으른 내 인생을 변화시킨 위대한 철학이자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비움의 미학을 몸소 체험한 저는 지금까지도 비움과 나눔, 정리 정돈이 주는 안정감과 수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자각하며 활기차게 살아갑니다.


  저의 변화는 교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어요. 

이제는 아이들에게 청소하라는 잔소리를 하기 전에 먼저 저의 자리부터 항상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은 제가 버리고 정리하고 먼지를 닦는 행동을 보며 서랍과 사물함을 정리합니다. 백 마디 말 보다 한 번의 본을 보이는 행동이 훨씬 강력한 힘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오늘도 비우고 정리하며 생각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으며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로소 피어난다는 것을요.

"당신이 운명을 통제해요. 마법은 필요하지 않아요."

<글빛소리>

물건 버리기가 어려우신 분, 미니멀라이프에 관심 있으신 분 클릭하세요. | 원하는 것을 다 가진 지금, 나는 내가 기르는 강아지보다 행복할까? | 미니멀리스트 초등교사의 희망에세이 (youtube.com)

이전 09화 "아픈 과거로부터 피할수도, 배울수도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