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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빛소리 Mar 19. 2024

"작은 배려가 모든 것을 달라지게 만들거야."

아이들의 롤모델 되기

"A little consideration, A little thought for others, makes all the difference."
"다른 누군가를 위한 작은 배려와 생각들이 모든 것을 달라지게 만들거야."

-곰돌이 푸-


 # 교사의 사전적 의미


 저는 올해 영어 전담 교사로 4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4학년은 1반부터 8반까지 약 230명가량 된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온 15년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를 괴롭혔던 질문이 있으니, '과연 초등교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바로 그것입니다. 교사는 '수업을 한다'는 측면에서 학원강사와 유사해요. 학교가 소위 국영수(국어, 영어, 수학) 등의 지식만을 전달하는 곳이라면 학원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교사(敎師)'의 사전적 의미는
'학술이나 기예를 가르치는 스승'입니다.
 

# '스승의 날'에 대하여


  '스승'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그 유래를 잠깐 떠올려봅니다.

5월 15일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인데,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여 만백성을 까막눈에서 해방시킨 우리 민족의 스승이기 때문에 이 날을 우리나라 모든 스승의 은혜를 되새기자는 뜻으로 스승의 날로 지정한 것이라고 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도리어 그 자리에 공교육 붕괴, 교권 추락과 안타까운 사건 사고의 그림자만 가득히 드리운 현실을 마주합니다. 스스로도 스승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교사를 안정적인 직업군 중에 하나로 생각하는 일이 더 많은 게 사실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현실 앞에서도 초등교사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가지고, 의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며 아이들 앞에 서려고 해요. 거창하게 '스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본받을 만한 구석이 있는 '롤모델'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수학여행의 추억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을 만난 이후 줄곧 의 장래희망 칸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자리하게 되었어요. 같은 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던 선생님 딸을 종종 교실로 데려오곤 했던 기억으로 봐서, 아마 그 당시 30대 중반정도 되셨던 것 같아요. 야무지고 앙칼지면서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열정 가득했던 선생님을 마음속으로 무척이나 열렬히 좋아했지요.


  6학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추억 수학여행.

2박 3일 수학여행의 마지막 날 밤을 장식하는 캠프파이어에서 선생님들의 댄스 배틀이 있었어요. 다른 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옷을 잡아끌어도 손사래를 치시며 앞으로 나가기를 꺼려하셨지만, 의 은사님은 위아래 세트로 된 운동복을 입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무대에 나와 그 당시 유행하던 댄스 가요에 몸을 맡기며 화끈하게 막춤을 추셨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마치 콘서트장에서 유명 연예인의 광팬이 된 것 마냥 목이 쉬어라 소리 지르며 열광했어요. 25년도 더 지난 일인데 아직까지 선명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아마도 선생님은 우리들의 '우상'이자 '아이돌' 쯤 되었던것 같아요.


# 아이들의 '롤모델' 슈퍼히로인

  '가르칠 교'의 또 다른 뜻은 '본받다'입니다.


비록 인격적으로 대단히 본받을 만한 성인군자못되지만

아이들 앞에서 친절함과 미소 띤 얼굴로

의 일을 사랑하는 교사 서 있을 '당당함' 있고,


그럴듯한 교수-학습 모형을 적용하는 화려한 수업의 달인은 아니지만

학습 부진아였기에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이해하며 

따뜻한 응원의 말 한마디 용기를  '애정'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선물할 만한 여유는 없어도

작년, 재작년 제자들이 "선생님!"을 외치며 반갑게 달려오면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 주며 

주머니에 있던 마이쮸 하나 건넬 마음의 '여유'있고,


아이들의 꿈을 일일이 찾아줄 수는 없지만

초등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동자에 꿈 한 방울 넣어줄 '열정' 있어요.


아이들의 자리를 다 청소해 줄 수는 없지만

스스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에

인생에서 정리와 청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마음 다해 전해줄 '진심' 있습니다.


이런 마음들이 모여

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면.


누군가 로 인해 좌절 속에서 한 조각 '희망'을 찾고,

상처받고 외로운 터널을 걷고 있는 이에게 잔잔한 '위로'를 주며,

망망대해 같은 인생길에 푯대를 세워주어 나만의 ''을 찾도록 할 수만 있다면.


내일도 모레도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 앞에 

'행복한 교사'로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누군가를 위한 작은 배려와 생각들이 모든 것을 달라지게 만들거야."

<글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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