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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순

짜리몽땅 어른이의 동시 6

by 김초아

깻순을 샀다

한 봉지 가득 샀다

톡톡 상한 것을 다듬고 질긴 꼭지도 다듬고

행구어 펄펄 끓는 물에 데쳤다


물기를 꼭 짰다

먹기 좋게 듬성듬성 자르고

엉긴 이파리를 풀어 헤쳤다


들기름 넣고 소금 넣고

달달 볶았다

깻잎향이

저 멀리까지 퍼져 하늘이 나른하단다


깨를 솔솔 뿌리니

팔십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가

기침이 몇 달째 계속되어 병원에 가도 낫지 않는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할머니 나 오늘 깻순 볶았어

할머니는 이제 나물 무칠 기운이 없다 넌 어려서도 그리 나물을 잘 먹었는데

저녁은 뭘 먹었어

된장국에 밥 한술 말아먹었단다

할머니 이제 일 그만 했으면 좋겠어

집에서 놀면 뭐 해 그러면 더 아파

사실은 삼촌 빚 갚아주려고 이러는 거잖아 이틈 사이로 새어 나오려는 말을 삼켰다


할머니 감기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이리 말하고 전화를 속히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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