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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짜리몽땅 어른이의 동시 10

by 김초아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의 수는

내가 살아온 날보다

많을까

적을까


이 자그마한 아이가

사랑스러운 아이가

살아온 날이 9년도 채 되지 않는 아이가

엄마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모아 둔 용돈으로

작은 해바라기를 샀네


내가 할 수 있는 건

힘껏 안아주는 것

고맙다고 하는 것

너를 위한 시를 쓰는 것


넌 어떤 마음으로 꽃을 골랐니

얼굴의 빛깔은 분명 그 어떤 꽃보다 말갛게 피었을 테지


사랑하는 아들아

우린 저 모래알의 수만큼 살아갈 수 없단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매일 이 꽃을 바라보며 함께 웃는 것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네가 원할 때까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걷는 것


때가 되어

맞잡은 손을 놓는 날이 오면

푸른 바다를 건너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는 모래알의 수를 셀 거야


그 수만큼 건강하길 바랄게

한 알, 두 알, 끝없이 행복하길 바랄게

딱 그만큼만 보고파할게


넌 뒤돌아보지 말고

노를 저어 가면 돼

그것이 엄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란 걸 잊지 마렴


마치 작은 해바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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