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리몽땅 어른이의 동시 9
지하철 소리가 들리는 집은
다들 시끄럽다던데
난 이 소리를 듣고자 창문을 활짝 연다
빠르게 지나가는 지하철을 보며
그 안에 있을 수많은 이의 얼굴을 상상하는 일은
퍽 재미나다
앉아서 조는 대학생과
자리를 양보하기 싫어 눈을 감고 자는 척 하는 아주머니
그 앞에 서서 아픈 다리를 덜덜거리는 노인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유튜브를 보는 고등학생
엄마에게 사탕 하나 더 달라고 조르는 여섯 살배기와
지친 회사원
공시생
취준생
모두
지하철의 문이 열리고
만삭의 임산부가 타면
그 누구라도 자리를 양보해 줄 사람들
아직은 그럴 것이라 믿기에
그들을 상상하는 일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