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젖은 노래(디카시) 시작노트
대림역 4번 출구를 나오면 작은 개천이 흐른다.
아니, 흐른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할 만큼
거의 말라붙었다.
아스팔트 틈새로 터진 물길,
군데군데 박힌 돌들,
숨을 헐떡이는 얇은 물줄기.
나는 그 말라붙은 개천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오래전 우리 엄마의 젖줄을
떠올렸다.
여섯 아이를 키우느라
온몸의 진액을 다 짜내어 퍼주던 사람.
목마른 손자국을 따라 굳어버린 엄마의 몸.
돌처럼 단단해진 그 등줄기.
젖줄은 메말랐지만,
엄마는 끝내 건넜다.
삐걱거리는 골목길도,
헛기침 같은 인생도.
버겁게, 그러나 끝까지 건너갔다.
사진 속, 말라붙은 물길 사이로
아직도 조금씩 물살이 흐르고 있었다.
굳어버린 시간 속에서도
트롯 한 가닥처럼 스며드는 흐름.
그 흐름이, 엄마였다.
나는 오늘,
젖은 노래를 듣는다.
굳어버린 시간 사이로
아직 멈추지 않은 생의 흐름을 듣는다.
엄마가 좋아하는 트롯은
생의 위로를 보낸다
-김경화 시인의 디카시와 함께 걷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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