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04
"운전사 옆에 붙어서 속도를 내라 재촉하는 이들은 대부분 신입생이었다. 바로 그해 정치학과에 입학했지만 이미 상급생처럼 태연하고 냉정하게 행동했던 에랄도 델릴리에르스를 비롯한 나머지 우리는 모두 여섯시 오십분 완행열차가 우리를 태우기 전에는 절대 출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니노가 한 말을 고맙게 여겨야 마땅했을 것이다. 결국 그가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그의 말, 특히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절망적인 어조가 유발하는 불쾌감을 간신히 숨길 수 있었다."
""지난 여름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난 스스로 견딜 수가 없었어. 더는 용납할 수 없었고, 해서도 안되었지. 어떤 때는 거울 앞에서 수염을 깎는 것조차 견딜 수 없었다면 믿을 수 있겠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은 옷을 다르게 입는 것이었어! 하지만 이 모자… 이 외투… 내 분신이나 다름없는 이 안경이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있겠어? 그런데도 이렇게 입는 것이 너무 우스꽝스럽고 기괴하고 터무니없게 여겨지는 거야! 오, 그래. 온 곳으로 돌아가는(*로마의 서정시인 카툴루스의 시구에서 일부를 인용하고 있다). 이 상황을 말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순 없어. 정말이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고!""
"아버지의 기쁨은 부당하게 쫓겨났다가 선생님의 복귀 명령을 받고 교실로 돌아온 학생의 기쁨과 같았다. ... 나는 나의 유배지에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하필이면 아는 사람들로 우글대는 바로 이곳 리초네에 오다니! 페라라에서 온 누군가를 맞닥뜨릴 위험이 없는 해변이 이탈리아에 수도 없이 많을 텐데, 하필이면 이곳에 나타나서 스스로를 구경거리로 만들다니! 그럴 순 없다. 오로지 "추잡한 늙은이"(이렇게 말하는 라베촐리 부인의 여왕같이 크고 푸른 눈에서는 격렬한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렸다), "타락한 늙은이"나 그렇게 행동할 법한 것이다."
""너도 이건 절대 모르겠지." 하고 말을 이었다. "그 개가 뭣때문에 밤새도록 나가고 싶어했는지 말이아. ... 새끼들 걱정 때문이었어! 어떻게 알았느냐고? 나중에 내 방구석, 개가 있던 자리에서 널따랗게 젖이 흘러 생긴 웅덩이를 발견했거든. 밤사이에 말하자면 젖이 불어올랐던 거지. 그래서 그토록 안절부절 못하면서 끙끙거렸던 거야. 그 개는 오롯이 혼자서 아무도 모르는 고통을 견디고 있었던 거야. 불쌍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