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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Jun 06. 2022

도서관 식당의 청춘들에게

서울신문 2022. 6. 1. 칼럼

전 지구를 뒤흔들던 코로나가 이제 잠잠해질까 하는 안도감을 가장 크게 체감했던 곳이 바로 도서관 식당이다. 지난 2년 넘는 동안 꽁꽁 문을 닫았던 식당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여느 때처럼 백반을 주문하고는 점심을 먹고 있는데, 청년 네 명이 우르르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그들을 향해 그 어느 때보다도 활짝 열리는 나의 시각과 청각!

한참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인가 보다. 식당에서 일부러 쾌활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들을 감싸는 기운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당장 내년, 나의 신분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삶, 예측 불가의 불안함은 ‘공포’와 맞먹는다. 그들을 바라보며 대뜸 떠오르는 말은 겨우 이것. ‘그래도 다 지나가게 되어 있다.’ 
 얼마 전 싸이월드 다시 열리고, 나도 십몇 년 전의 앨범을 되찾았다. 옛날 사진들을 보면서 그때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몰랐다고들 한다. 한참 아이 키우고, 매일 쪽잠 자며 부대끼던 나날들. 물론 그때가 소중한 시간이긴 한데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나이를 먹은 아기가(물론 엄마도 같이 나이를 먹었다!) 식탁에 앉아 혼자서도 밥 잘 먹는 지금이 좋다. 
 저 청년들은 언젠가 기어이 밥벌이를 해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막막했던 취준 시절의 젊음을 아련하게 떠올릴 때가 있을 테고.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만은 않을 것이다. 젊음이라고 무조건 다 좋고, 활기찬 호시절만은 아닐 테니. 

오래전부터 ‘행복 전도사’니 ‘웃음 치료’니 해서 일부러 웃고, 뒹굴면서 작위적으로 행복해지려 애쓰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내 상태가 좋아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정신머리도 나이가 들면서 하도 많이 쓰니까 점점 헐거워지나 보다. 가끔 의식적으로 행복 회로를 돌려서 조여주어야 한단다. 수많은 이들의 핸드폰에 각종 마음수련이나 명상 어플이 깔려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오늘 한 번 더 정신을 다잡아 본다.
 ‘오늘이 좋아, 지금이 좋아!’

이런 말, 너무나 원론적이고 다들 아는 말 같아 조금 부끄러운데, 그래도 좋다. 심지어 오늘, ‘잘’ 살지 않아도 된다. 오지 않은 날에 대한 불안으로 떨지만 않아도 충분하다. 앞날 걱정을 잘라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조금 있으니 양복을 잘 빼입은 청년 한 명이 들어온다. 자리가 갑자기 떠들썩해진다. 

“야, 잘 봤냐? 어땠냐?”, “느낌 어때?” 모두 자기 일처럼 궁금해하며 친구를 살핀다. 

“어, 오늘 괜찮았어. 여기 느낌 와. 딱 좋아.”

도서관 식당의 청춘들이 ‘오늘’을 가슴 쪽 꽉 찬 스트라이크 존에 꽂히는 직구처럼 느끼기를 응원한다. 물론 저들이 한 겹의 불안을 벗겨낼 무렵이면 또 다른 후배들이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면 그때 또 마음속으로 빌면 되지. ‘오늘이 좋아, 지금이 좋아’     



저는 도서관 식당 밥이 그렇게 좋습니다. 매일 반찬이 바뀌는 것도 신나구요. 제가 집에서 삼 시 세끼 밥상 다 차려서 가족들 먹이는 엄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이 해주는 밥도 좋고 말입니다. 
그날 나와 같은 공간에서 도서관 백반을 먹었던 우리 빛나는 청춘들에게 한 번 더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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