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에게 조용히 고맙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본 '장애아 당사자 가족'의 의견

by 황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두고 '장애아 당사자 가족'이라고 하여 치열하게 덜컹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음을 먼저 밝힌다.


'우영우'에 대해서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불편함이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고, 읽힌다. 그런데, 간혹 너무 도가 지나치게 화가 나 있는 글을 접하면서 한 마디 포개본다. 나는 중증 발달장애(가장 심각한 것은 언어장애) 판정을 받은 아홉살 남자어린이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청운의 꿈을 안고(?) 애 데리고 수영장에 와서 앉아 있다. 우영우 아빠는 어떻게 자폐아 부모님 커뮤니티도 안 들었고, 우영우 주변에 자폐인들이 없는 게 어떻게 현실과 맞냐는 비판글을 읽었는데, 맞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처지의 부모님, 선배(?) 부모님들의 조언을 듣고 싶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 들어가서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같은 장애아 부모님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있다는 걸 아마 대부분은 잘 모를 것이다. '우리 애가 더 중증'이라며 소위 '팔자 배틀'을 은근히 한다. 물론 겉으로 배틀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물귀신 같은 푸념을 들으며 기가 쫙 빨리는 경험 여러번 했다. 이런 푸념은 몇 매체의 칼럼에서도 보았다.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마찰이다. 공부 잘 하는 애들이 포진한 곳에서도 더 큰 불똥이, 아니 허구헌 날 화재가 나는데 하물며, 장애아들을 키우는 엄마, 아빠들 사이에서 이런 문제 없으려고.

점차 커가면서 기능이 나아지는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사실 '명함'도 못 내밀고, 실제로 은근히 조성되는 왕따 분위기에 그냥 탈퇴하고야 말았다. 또는 내가 그 커뮤니티 안에 적극적으로 그 안으로 끼고 싶지 않았거나, 다른 일로 바빠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는 절대 우리 아이 고기능이라고 자랑하고자 함은 아니라는 것 알아주시길. ㅠㅠㅠ


아이 키우면서 제일 힘든 것은 사람들이 자폐를 모를 때였다. 옆집 아줌마는 아이 '아픈 건' 알겠는데, 이렇게 하루에 백 번도 넘게 소리지르면 어떻게 참냐고 하셨다. (방음시공을 했다) '바보' 아이를 이런 데 데리고 오면 어떡하냐며 임신한 며느라기 눈을 가린 할머니도 만났다. (중지가 울었음)

그리고, 사람들의 눈빛들, 눈빛들.... 쟤 왜 저래, 엄마? 쳐다보는 거 아냐. 저 친구는 아프니까 우리가 양보해주자. 이런 이야기들... 나는 이제 먼저 우리 아이가 자폐라서요.라고 이야기하며 골대 앞에서 선방하는 골키퍼가 된다.

드라마 우영우, 현실은 시궁창인데 저렇게 이쁜 공주님으로 샤랄라~ 그려 놓은 것 참담함 이해한다.

그런데 말이다. 드라마는 다큐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너무 까먹는다. 드라마는 허구다. '장애인 당사자' 혹은 '당사자의 가족'의 의견이라고 해서 드라마가 판타지라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2016년에 <미 비포 유>라는 영화가 있었다. 나는 이 영화 주인공이 너무 멋있어서 서너 번은 돌려 본 듯하다. 주인공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머리 이하로 모두 마비된 남자다. 그에게 누가 왔겠는가? 미모에 발랄한 여자 도우미가 온다. 그래야 영화니까!

그럼 내 현실을 보여드리자면...

우영우는 돌고래를 좋아해서 헤드폰을 끼고 바닷가 고래 소리를 듣지만 우리 애는 좀 전 수영장 오는 내내 돌고래 소리를 끼룩끼룩 내서 내가 죽을 뻔 했다.

- 혜성아, 그 소리 언제까지 낼래.

- 백번 낼 거야! ㅋㅋ 끼야야야악! 끼룩끼룩!!

이 소리가 얼마나 컸으면 내가 심장이 벌렁거려서 집에 방음시공을 다 했겠나. 돌고래 소리만 내나? 아니다. 전철 뿌아아아앙!! 하고 들어오는 소리도 아주 데시벨 제대로 맞춰서 똑같이 낸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다. 차라리 법전을 외우지.흑!


우영우 덕분에 사람들이 '아픈 애'라고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그나마 '자폐'가 뭔지 아는 것만으로도 나는 고맙다. 같이 엘베 타도 아, 이 애가 그 우영우 같은 아이구나 알고 '그냥' 있어주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보고 친절한 표정 안 지어도 된다)

내 마음은 이렇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꼬마화가 헬리혜성,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