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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집에 불났네!

'묵동 만두박사' 후기

by 황섬

그끄저께 토요일.

아점으로 만두국을 후루룩 먹고 사무실로 출근해서 바로 '묵동 만두박사' 만두집에 대한 글을 올렸다.

오후 4시, 5시, 6시...

드륵드륵.

득 드윽.

핸드폰에 불이 났다.

계속 브런치 알람이 뜨는 것이었다.


일요일 아침.

자고 일어나봤더니 무슨 놈의 조회수가 만을 넘어 2만을 치닿고 있었다.

브런치 초보라, 그냥 이런 게 놀랍기만 하다.


어제는 일요일이었지만 할 일이 남아서 부득이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코로나 사태가 가라앉을 기미도 보이지 않아 마음도 뒤숭숭한데 남은 일은 산더미.

만두국을 먹다가 목도한 가게 냉장고 속 소주가 참 달게 보였더랬지.

에라~ 이 시국에 무슨 일이냐, 나도 좀 쉬자! 하고 달려간 만두집이다.

그렇게 만두에다가 소주 한 잔 털어넣고 싶더라고.


만두와소주.jpg


만두집에 도착할 때가 오후 6시 다 되었을 무렵인데,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아주머니, 아저씨는 이미 초죽음.

하루종일 종종거리고 댕기느라 다리는 너무 아프고, 이거 오늘 웬일이냐고 하신다.

게다가 왜들 그렇게 오래 걸리는 군만두는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이게 왠 조화냐고 그러시는데, 소리만 안 들렸을 뿐 비명에 비명을 지르고 계셨다.

아저씨는 아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밖에 안 나가고 여기서 만두만 딱 사가지고 집에 가서 먹는가 보라며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시고, 아주머니는 타이머를 계속 확인하고, 가게 안팎을 들락날락 하며 찜통에서 만두를 꺼내고 쌓아놓기를 반복하신다.

세상에 얼마나 사람들이 왔다 가고 바빴는지 오늘 만두는 모양새도 '나 지금 좀 바빠!'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래도 소주 한 잔 하기에는 만두맛이 그만이다. 변함 없다.


- 아니 오늘은 사람들이 그렇게 만두 사러 오면서 핸드폰에 코박고 있어서 왜 그런가 했어.

아우. 앞으로도 계속 이러면 우리 진짜 못해. 못해.


아주머니께 휴대폰으로 브런치 글을 보여드렸더니 그래도 신나시나 보다.

와~ 와~ 하시면서 나 늙은 거봐. 자기 머리 하얀거 어쩌껴. 이러시면서 낄낄대신다.

오늘 돈 많이 버셨단다.

재료 안 떨어진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신다.


- 요즘은 밖에 줄 세우는 거 유행이예요.

홀에서 만두와 함께 막걸리 한 잔 하고 있던 젊은 부부 중 남편분이 즐겁게 한 마디 건네신다.

- 아, 우린 모대, 그거. 내가 여기 안 떠나는 이유가 점심 지나면 한 대여섯시까지 쉬는 게 낙인데, 모대, 모대.

젊어서 수원에 단란주점 했다가 30억 홀랑 까먹고, 보링장(꼭 '보링장'으로 읽어야만 한다)에 뭐에 별별 장사를 다 해보셨다는 아저씨.

아주머니는 그걸 듣고는 또 옆에서 이 사람 손이 좀 커야지, 손이... 낄낄대면서 말씀하신다.

아주머니가 만두 찌러 가게 밖으로 나가시니 아저씨가 쉴 새 없이 만두 빚던 손을 멈추시고 쉿! 하더니만

- 아, 난 싫다는데, 저 사람이 그렇게 내가 좋댜. 미치겄어.

아줌마가 너무 좋아해줘서 미치시겠단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주머니는 우리 아들 주라고 한 10분 만에 밖에서 인형을 뽑아 오셨다.

인형 뽑는 데에도 도사시란다. 사람들이 많이 거쳐갔냐, 아니냐에 따라 기계가 또 말을 잘 들어줄 때가 있다고 하신다. 설명하시는 폼이 아무래도 보통 픽미픽미 솜씨는 아닌 듯 하다.


부부.jpg 젊은 부부의 허락은 받지 않았기에 햇님처리. ^^


저 중 파란놈은 곰돌이에게 입양 갔고, 빨간놈은 참이슬 마시고는 아직도 방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참! 이 집은 또 꽈배기 명당이기도 하다.

오후 2시가 꽈배기 나오는 시간인데, 그 시간 맞춰서 오는 단골들도 제법 된다고 하신다.

가끔 만두 서비스와 함께 꽈배기 서비스도 해주실 때가 있는데, 먹어보면 찹쌀 쫀득에 적당히 밤색으로 부푼 것이 먹다가 입천장 홀랑 까져도 안 억울하게 맛있다.

9.jpg 이 안내문은 분명히 아주머니께서 쓰셨을 것 같다.



여하튼 만두박사 아주머니 아저씨, 쉬는 시간은 쉬면서 만두집 돈 많이 버셨으면 좋겠다.

나도 한 번 '여섯 시 내 고향' 엔딩으로 마무리지어볼까.


아저씨, 아주머니! 오랫동안 건강하시고요, 만두 많이 많이 파시고 부자되세요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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