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 번도 토란국을 먹어본 적이 없다. 아마 나 같은 사람들 많을 것 같다. 소고기 무국을 안 먹어본 사람은 없어도...
다른 집들 보니까 토란은 보통 명절 때 손질해서 국으로 끓여내던데, 우리 친가도 외가도 먹지 않았고, 전국 방방곡곡 서울, 부산, 강화, 광주 등지로 며느리 신분으로 오가며 제사를 지냈건만 딱히 토란국을 먹었던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명절에는 토란국을 한 번 뜨겁게 끓여내야겠다 생각을 하고 레시피 검색에 나섰다. 워낙에 아주 큰 정성을 들여서 요리하는 인류와는 거리가 먼 나이지만, 그래도 주부생활 26년 차 언니로서 그나마 조리법을 간단하게 분류해놓은 것을 소개해보겠다.
국(찌개 포함). 볶음. 구이. 조림. 찜. 절임.
한국음식에 배움이 아주 깊지 않을 터라 정확하지는 않아도, 우리나라 음식들은 모두 위의 여섯 분류 안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중 국은 1. 재료를 볶아서 물 붓기 형 2. 국물의 소스가 되는 음식을 풀어서 끓이다가 재료 투하 형.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찌개는 1번 형은 김치찌개가 그러하겠고, 2번 형에는 된장찌개, 각종 생선 찌개, 전골 등이 이에 속할 것이다.
(그럼 전골과 찌개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전골은 국물이 많고, 그릇이 넓다? 찌개는 국물이 자작하고, 담는 그릇이 뚝배기 같이 작다?)
오늘 문들 떠오른 음식, 토란국은 국 중에서 1번 유형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소고기 무국과 같이 소고기, 토란을 자글자글하게 볶볶하다가 멸치 다시물을 붓고 푹 끓이고, 무우도 함께 넣어서 맑은 국물을 낸다. 이것이 토란국을 만드는 간단한 설명이다.
토란은 생긴 것은 작은 감자와도 같이 생겼는데, 떠서 입에 집어 넣으면 감자와는 영 다른 식감에 깜짝 놀랐다는 간증들이 이어진다.
게다가 이 귀여운 식재료의 가장 큰 특성은 바로 점액질. 그리고 손질할 때 맨손으로 하면 손끝이 맵고 저려오니 장갑 필착용이라는 것. 토란의 점액질은 한소끔 끓이면 국물에 다 녹아내려간다고는 하지만, 깔끔한 국물을 내기 위해서 쌀뜨물에 팔팔 데쳐서 쓴다고 한다.
'오케이. 좋았어. 토란국? 끓일 수 있겠군.' 하고 덤비려는데, 이거이거 토란을 입수하기가 아주 쉽지만은 않다. 시장에서도 팔지 않는다. 곧 명절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그러면 쿠팡과 같은 인터넷 쇼핑인데, 하루 이틀 만에 집으로 배달되는 것마저 찾기가 어렵다.
이유인 즉슨... 수확 시기가 바로 가을이라는 것. 토란은 설날이 아닌 추석 명절의 절식이다.
좋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포기할쏘냐. 일단 토란이 뭔지 맛을 보고 싶단 말이다.
아까 낮에 엄마에게 톡이 왔다. 설인데, 점심 먹으러 오라고 하신다. 얼마 전 팔을 다친 지라 이번에 굳이 안 불러도 되는데 연락이 왔다.
엄마의 요리 솜씨 자체도 썩 좋은 편은 아니라 음식 기대는 없고, 그저 명절이니까 가서 간만에 아빠 엄마랑 이야기 나누고 술 한잔 하러 가는 건데, 꼭 중간에 '빨리 집으로 가라'고 쫓겨 나온다. 밥을 한 시간 이상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참지 못하는 부류.
그래서 별로 안 가고 싶지만, 여하튼... 오라신다.
나는 이번에 토란탕을 만들어서 맛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엄마가 늘 하던 음식만 하고, 안 만들어본 것 안 먹어본 것은 새롭게 시도해본 적이 없는 것을 잘 알아서 더더욱.
여하튼 내가 만든 토란탕은 성공이었다.
감자국하고 비슷.
엄마는 또 다른 세계를 딸 덕분에 처음 누려봤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