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녀는 여전히 내상 극복 중이다. 해만 지면 온갖 생각과 불안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지라 침대에 누워 제아무리 양을 수백, 수천 마리를 호출해도 잠에 쉽게 들지 않는다.
아직까지 토시에게 ‘요리’만한 항우울제가 없다. 토시의 머릿속에 그려놓은 요리 지도를 펼쳐 놓는다. 그리고 그 지도에 따라 식재료를 손질하고, 맛과 향 그리고 식감까지도 자유롭게 조합하며 요리 삼매경에 빠진다.
음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들어간 재료와 정성만큼 접시에 정직하게 담긴다.
요리는 예측 가능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맛은 어떻게 변할지 짐작할 수 있어 안심이다.
동시에 요리는 서프라이즈다. 의외의 즐거움이 여간 통쾌한 것이 아니다.
요즘 작업하고 있는 드라마 기획안의 일부다.
요리 + 이혼
이 두 타래의 이야기가 얽히고 섥힌다. 이러니 내가 신나게 작업하지 않을 수가 있나.
아마 나보고 '범죄도시' 류의 작품을 쓰라고 했으면 진짜 퍼져도 진작에 퍼졌을 것이다.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그리고 주먹의 세계와 마약, 경찰의 세계는 아직도 한국 엔터에서 먹히는 장르인데, 나는 정말 모르겠다. 재미도 없고...
그런데, 일도 하면서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공부도 하고, 이혼하는 날 법원에서 돌아와서 저녁 때 어떤 마음으로 저녁을 차려서 혼자 먹었는지, 디테일까지 기억하고 그걸 극화해서 쓸 수 있으니 지난 불행도 지금은 감사하다.
주인공은 '강토시'라는 이름의 여자다. '토요일에 태어난 한 수의 시와 같은 아이'라는 뜻으로 엄마가 지어줬다고 설정했다. 물론 내가 지었다.
자료 조사하느라고 '누들로드'의 이욱정 피디의 르 꼬르동 블루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음식에 대한 생각은 잊지 않고 싶어서 포스팅을 남긴다. 보통 기획안 상 저런 구절은 '나레이션'으로 남겨지거나 가차없이 잘린다. 그래도 만약 이 기획서가 또 여덟 번째 뒤집어진다 하여도 이 구절은 잊지 않고 싶어서...
요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가 결국 요리학교까지 들어가면서 고군분투하는 이 재미난 영상 함께 즐겨보자!
https://youtu.be/n5byuNOg3pQ?si=JcPh9Zoi56wIRP6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