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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란 모름지기

술을 부를만두

by 황섬

물만두란 이런 것이여.

물만두 잘 보쇼.

보면 기름기가 둥둥 떠 있지요잉?

그가 그러니께 만두에서 나오는 지름이 아니라는 겁니다.

물만두는 생명이 피여.

이 피가 고기인지, 고기가 피인지 모르게 빚었으야 우리는 그거이 물만두라고 하는 겁니다.

아, 아까 지름 얘기.

그래서, 만두에서 나오는 기름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기 아니고, 질좋은 참기름으로 좀 뿌려. 여으기, 지금 기름 보이지요잉?

만두하고 만두사이를 매끌매끌하게 만들어주면서 술술 들어가게 하는기 그기 물만두여.


김치만두를 안주 삼아 한참을 맛있게 소주 한 잔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박영식 아저씨의 물만두론이 홀에 울려퍼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테이블에는 물만두 한 접시가 턱! 소리와 함께 나왔다.

와~ 하면서 보니 정말 만두접시에 만두 기름이 둥둥 떠 있다. 그것도 아주 맛있어 보인다.


물만두 4.jpg



아, 배부른데.... 할 사이도 없이 물만두를 쏙하고 입에 집어 넣었다.

아저씨 말씀대로 질좋은 기름을 타고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개구리 알(?)같이 미끈덩 미끈덩 술술 들어가, 잘도 먹게 된다.



물만두2.jpg




결국 이렇게 되었다.

얼큰하게 취하면 저 샛노란 단무지도 훌륭한 안주가 된다.

저 노란 색소가 몸에 안 좋다고는 하는데, 아니 만두 먹을 때 단무지가 없으면 섭섭하지 않겠나.

되도록이면 하얀 무우로 만든 것을 먹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인형뽑기.jpg


집까지 만두집 이층으로 이사오는 바람에, 낮에는 가게 있는 것 밖에는 진짜로 할 것 하나도 할 것이 없으시다는 아주머니는 인형뽑기의 신이 되셨다.

- 난, 신이야. 신. 인형 뽑는데 신이야.

내가 오면 이렇게 숨겨놨던 인형들을 꺼내서 주신다.

이날도 6개나 주셨는데, 출판사 식구들에게 나눔을 하고는 어피치 한 개만 남았다.


- 요즘은 강남에서 많이 와. 다들 블로그 보고 온 거래. 인천에서도 자주 온다. 그거그거 신기하대. 어떻게 사람들이 알고 와서 만두 사가지고 또 차 타고 가.


사실 브런치에 '묵동 만두박사'가 나가고 난 뒤, 정말 만두집에 불이 났더랬다. 그만큼 손님들이 엄청 몰렸다.

- 코로나 아니었으면 정말 우린 둘 다 죽었어. 히히히. 그런데, 신난다!!!

인형 뽑기, 픽미픽미의 신인 만두집 아주머니는 무척 귀여우시다.

내가 갈 때마다 늘 공짜로 꽈배기를 하나씩 주시는데, 사실은 나는 설탕 뿌린 꽈배기를 안 좋아한다.

그런데도 말씀을 못 드리고, 매번 주시면 하나씩을 다 먹는다.

동네에 단골이 생겨서 좋다. 자주는 못 가게 된다.



물만두 3.jpg 일부러 현장의 모습 그대로 다 담았다.


그런데, 묵동 만두박사 메뉴에는 '물만두'가 없다.

꼭 기억하시길.

물만두가 없다.


만두박사는 서울시 묵동 먹골역 1번 출구인가에서 나와 주욱 올라오면 먹골 도깨비 시장이 나오고, 바로 시장통 초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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