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부를만두
김치만두를 안주 삼아 한참을 맛있게 소주 한 잔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박영식 아저씨의 물만두론이 홀에 울려퍼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테이블에는 물만두 한 접시가 턱! 소리와 함께 나왔다.
와~ 하면서 보니 정말 만두접시에 만두 기름이 둥둥 떠 있다. 그것도 아주 맛있어 보인다.
아, 배부른데.... 할 사이도 없이 물만두를 쏙하고 입에 집어 넣었다.
아저씨 말씀대로 질좋은 기름을 타고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개구리 알(?)같이 미끈덩 미끈덩 술술 들어가, 잘도 먹게 된다.
결국 이렇게 되었다.
얼큰하게 취하면 저 샛노란 단무지도 훌륭한 안주가 된다.
저 노란 색소가 몸에 안 좋다고는 하는데, 아니 만두 먹을 때 단무지가 없으면 섭섭하지 않겠나.
되도록이면 하얀 무우로 만든 것을 먹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집까지 만두집 이층으로 이사오는 바람에, 낮에는 가게 있는 것 밖에는 진짜로 할 것 하나도 할 것이 없으시다는 아주머니는 인형뽑기의 신이 되셨다.
- 난, 신이야. 신. 인형 뽑는데 신이야.
내가 오면 이렇게 숨겨놨던 인형들을 꺼내서 주신다.
이날도 6개나 주셨는데, 출판사 식구들에게 나눔을 하고는 어피치 한 개만 남았다.
- 요즘은 강남에서 많이 와. 다들 블로그 보고 온 거래. 인천에서도 자주 온다. 그거그거 신기하대. 어떻게 사람들이 알고 와서 만두 사가지고 또 차 타고 가.
사실 브런치에 '묵동 만두박사'가 나가고 난 뒤, 정말 만두집에 불이 났더랬다. 그만큼 손님들이 엄청 몰렸다.
- 코로나 아니었으면 정말 우린 둘 다 죽었어. 히히히. 그런데, 신난다!!!
인형 뽑기, 픽미픽미의 신인 만두집 아주머니는 무척 귀여우시다.
내가 갈 때마다 늘 공짜로 꽈배기를 하나씩 주시는데, 사실은 나는 설탕 뿌린 꽈배기를 안 좋아한다.
그런데도 말씀을 못 드리고, 매번 주시면 하나씩을 다 먹는다.
동네에 단골이 생겨서 좋다. 자주는 못 가게 된다.
그런데, 묵동 만두박사 메뉴에는 '물만두'가 없다.
꼭 기억하시길.
물만두가 없다.
만두박사는 서울시 묵동 먹골역 1번 출구인가에서 나와 주욱 올라오면 먹골 도깨비 시장이 나오고, 바로 시장통 초입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