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오나요.
오늘 일정 몹시 빡셌다.
대전에 가서 자서전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대표님이랑 둘이 드라마 회의.
드라마는 속도가 날 것 같다. 지금 책(대본이나 기획안 만들어진 것을 이쪽에서는 '책'이라고 부른다) 좀 보자고 하는 곳이 많다고 하는데, 그 책이 아직도 안 나와서 안타깝고, 괜히 미안하다.
늘 느끼는 바지만, 대표님은 촉이 좋다. 얼른 그 좋은 촉, 꽃 피우게 만들어드리고 싶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대표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중요한 전화라 좀 받겠다고 양해를 구하시는데... 최근 내가 무척 열광했던 드라마의 감독님이다.
지금 헐리우드랑 계약 이야기가 오가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 분이 계약할 조건이 좋은 건지 대표님께 물어보시는데... 내가 듣기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조건으로 계약한 듯.
제 아무리 죽는다, 죽는다 해도 살 사람들은 이렇게 산다.
모든 풍파의 역사 속에서 늘 살아남는 자들은 있었지.
"우리 꺼가 그렇게 돼야 하는데..."
내가 애가 타서 한 마디 했다.
"한 번 타면 대박이 될만한 스토리야. 그래서 지금부터 내가 pd 모드로 가는 거고. 우리 숙제 끝나면 나머지는 내가 손 털고 작가님이 쓰면 돼."
일요일 밤 갑자기 연락이 와서 오늘 만나자고 해서 약속을 잡았는데, 오늘 만난 것은 지금 쓰고 있는 이 드라마의 주제가 정말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것인지, 지금 나의 정신 상태와 몸 상태가 어떤지, 앞으로 밧데리 얼마나 남았는지... 대표님은 그걸 알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독보적인 캐릭터 만들기.
결과물도 없이 오랫동안 함께 일 하기 쉽지 않은데...
첫 드라마 계약금 입금 이후 3년째 별 소득 없이 내내 끈질기게 붙어있는 나도 참 스스로 대견하지만, 정말 엉뚱한 곳에서 처음 만나서 인사한 후 5년이 넘게 나를 믿어주신 대표님에게 감사하고 있다.
어제는 드라마 <닭강정> 정주행을 시작했다. 다 보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뱅뱅 돌던 '캐릭터' 잡기에 감을 대번에 잡을 수 있을만큼 주인공과 나머지 캐릭터들이 아주 바짝 날이 섰다. 너무 병맛인데, 너무 웃긴 삼원색 같다. 한 명 한 명 특징이 딱딱 잡혀 있다.
그중 안재홍은 지난 '마스크걸'부터 시작해서 바보 같은 순정남 연기에 찰떡.
이병헌 감독의 손에 들어가니 웹툰 원작보다 대사도 훨씬 더 찰져지고, 캐릭터도 더 또렷해졌다.
죽기 전에 이병헌 감독님께 단 한 번이라도 쌍화차라도 얻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수요일에 기획안 회의다.
남편도 자기 돈 다 떨어졌다고 나보고 언제 돈 벌어가지고 오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