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 카톡도 잘되어있는 요즘 시대이지만, 뭔가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느낄 때 으레 나오는 말이다. 분명 문자나 전화를 하고 있는 상대방도 진짜이지만, 실제 만났을 땐 잘 통했던 대화가 뭔가 어긋나는 것 같고, 내 이야기가 잘 전달되는 건지 의심이 갈 때가 있다.
실제로 메라비언의 법칙(Rule of Mehrabian)이라는 것이 있다.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몸짓이나 표정) 55%, 청각(음색, 목소리, 억양) 38%, 언어(내용) 7% 라는 이론이다. 여기서 이미지의 뜻은 단순히 시각적 인상의 측면이 아니라 전달하는 의미가 비언어적 즉 시청각적인 요소로 인해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직접 만나기가 힘들다. 이놈의 코로나가 문제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효되면서 5명 이상 모임 금지, 오후 9시 이후 식당 영업 제한 등 법적인 강제조치도 생겼다. 이건 몇몇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처럼 제한 사항만 지키면 만나도 된다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만나란 의미다. 비말로 감염된다는 이 지랄 맞은 병은 사람끼리 모이는 것,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것, 식사하면서 이야기하는 것 등 너무나 당연하고 인간적인 행위를 어렵게 만들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무리 바빠도 1년의 한두 번은 만나던 모임들이 취소되거나 결국 해를 넘겼다. 아쉬움이 커져가다가 최근에 유행한다는 줌 신년회를 갖게 되었다.
실제로 진행한 줌 이미지 사진/ 개님과 함께였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한 번, 중학교 친구들과 한 번 했는데, 어색하고 뻘쭘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그 어색함이 오래가진 않았다. 비록 장소의 갭은 극복하진 못했지만, 시간의 텀이 생기는 단체 대화창과는 달리, 바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멀티 화면 특성상 여러 명이 이야기하면 내용이 전달이 어려워서, 한 명이 말할 때 한명에게만 집중하게 되는 기분도 들었다.무엇보다 내가 기억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친구들의 모습과 목소리는, 예전 우리가 만나서 떠들던 그때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사실 화상대화를 굳이 하고 싶었던 건, 저 이유다. 내가 알던 내 친구들을 다시 보고 싶었다. 단순히 얼굴 보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말이 통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니까 얼굴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과 하는 영상통화가 있다. 개그 유튜브 '피식대학'의 콘텐츠"B대면 데이트"의 4명의 남자들은 직업도 나이도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 말만 하는 세상 비호감들이라는 것이다. 가상의 소개팅녀의 리액션이 뻔히 보인다. "아... 예.." 대부분의 대사에 차마 응대할 말을 찾을 수가 없고, 찡그려지는 얼굴을 간수하느라 힘들다. 다만 소개팅이라는 자리의 특성상 심한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최대한 예의 바르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저 남자들은 그 리액션을 자신에 대한 호감으로 착각해서 더더욱 자기들의 얘기만 한다. 약 10여분의 영상 시간은 실제로 저 대화를 참아줄 수 있는 소개팅녀의 한계를 충분히 고려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웃기다. 대중들은 보기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그 질색팔색 되는 비호감 요소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연기에 환호를 보낸다. 카페사장 최준에게 준며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저게 내 현실이라면 저 소개팅 주선자에게 단단히 한 마디 할 것이다.
"B대면 데이트"의 아이러니는 비대면이지만가장 대면에 가까운 상황에서, 자신을 충분히 포장해서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보여주는데도 정작 상대방에겐 호감을 사지 못한다는 것이다.결국 안만나지는 사람은 수단의 문제가 아니다."너라서"다. 그걸 너만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