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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Sep 14. 2024

4. 빠르게 돈 버는 방법

누구나 바라는 것에는 항상 함정이 있다

    


 딸 셋, 다둥이집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아이들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이 든다.

 먹는 것, 입는 것, 배우는 것, 생필품 등 훅훅 나간다. 그렇다고 성장기 아이들을 안 챙겨줄 수는 없으니 이 정도의 벌이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식당 운영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본업, 부업 말고도 돈을 더 벌어서 넉넉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사망 소식이 연일 보도되면서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가한에도 전염자가 다녀 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이후로 2020년 2월에 나도 걸리고 남편도 걸리고 아이들 모두 코로나에 감염되어 매장 문을 2주 동안이나 닫았다. 너무 많이 아픈 나날을 보냈지만 회복은 했고, 후유증으로 인해 잔기침이 있었지만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전혀 없었다. 몸이 건강해지니 매장이 생각났고 이제는 문을 열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돈은 벌어야 하니까.


 직원분들 없이 남편과 단둘이서 마스크를 끼고 장사를 준비했다. 손님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음식들을 조금만 준비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문을 여니 손님들이 꽤 들어오는 것이다. 서로 의심하고 서로 조심하면서도 다들 식사하러 정가한을 찾아주셨고 그 성원에 힘입어 배달을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완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돈으로는 넉넉한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검색을 했다.

 '빠르게 부자 되는 방법'

 매일같이 네이버에 검색하고 유튜브에 검색을 했다. 절실한 마음을 담아 보이는 글과 영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조리 읽고 시청도 했다. 알리고즘이 또 다른 영상들로 계속 인도해 주어서 더욱더 다양한 내용들을 볼 수 있었다. 알맹이인 듯 아닌 듯한 내용들이 나를 유혹했고 아주 좋은 내용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심지어는 이런 사람은 반드시 부자가 될 거라는 내용도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모든 사항들이 나에게 해당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돈에 허덕였고 삶도 넉넉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 부자가 되는 것인지 답답했고 하루빨리 부자가 되어서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던 중 ’ 주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식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유튜브로 검색을 해서 공부를 했고 마침 아는 지인이 주식을 할 줄 안다고 해서 그 지인에게 주식을 하나부터 열까지를 배워서 시작을 했다. 주식의 주도 몰랐지만 왠지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할 것 같아서 매수했고 비트코인도 하고 불법사이트에서 매수도 했다. 주식을 가르쳐준 지인이 주식과 불법사이트를 구분할 줄 알아야 된다며 그건 불법사이트라고 가르쳐주어서 깜짝 놀라 바로 돈을 출금했다.

 푼돈이었지만 주식은 배당금이 들어오는 재미가 있었고 매일 상승장이라 '십만 전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나의 돈은 계속 커지고 있었다. 일 할 맛이 났다. 신나서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짧은 기간에 700만 원이 1500만 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주식은 정말 좋은 것이구나 감동받고 있을 때 갑자기 주식이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면서 나의 돈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상승장만 경험하다 보니 주식이 이런 건 줄 몰랐다. 매일 하락장을 지켜보다가 그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급하게 돈을 빼버렸다. 운이 좋게도 400만 원이라는 차익을 남겼지만 주식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고 나의 힘으로 조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아주 좋은 교훈을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주식은 실패했지만 나만 모르는 돈 버는 방법이 또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열심히 검색을 했다. 부동산이라는 키워드가 보였고 세부적으로 경매, 공매, 매매로 연결되어 있었다. 생소한 단어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열심히 검색하며 공부를 했고 경매를 배우고 싶어서 교육비를 결제하여 온라인 교육도 들었다. 어려웠다. 국영수사과처럼 경매는 하나의 공부 과목처럼 느껴졌고 온통 외우는 것들 뿐이었다. 거기에 현장에 직접 가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매우 많아서 두려움이 커졌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괜찮은 물건은 건질 수 있을지, 명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에러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매 공부를 하면서도' 빠르게 돈 버는 방법'을 틈틈이 검색하다 보니 묘지경매라는 단어가 눈에 확 띄었다. 더 검색해서 알아보니 경쟁률이 낮고 투자금도 크지 않아 이 정도면 승부를 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묘지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의 유튜브, 블로그, 출판한 책까지 빠짐없이 보고 읽으면서 나도 묘지경매의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경매 온라인 수업보다 3배나 비싼 수업비용이었지만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돈을 입금하고 인천으로 가서 일대일 수업을 들었다. 바로 임장도 다녔다. 묘지경매이다 보니 산으로 다녀야 했고 지리치, 길치, 방향치인 나에겐 참 어려운 임장이었다. 그래도 마음먹은 것은 꼭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다 보니 묘지경매로 정말 성공하고 싶었다.

 마음에 드는 묘지가 있어서 경매를 하러 법원에도 몇 번 다녀봤지만 한 번도 낙찰된 적이 없었다. 나만 몰랐을 뿐 세상에는 경쟁이 안 치열한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 묘지경매 전문가가 묘지펀딩도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투자금을 주면 6개월 뒤에 15%를 더 얹어서 돌려주는 방식이었는데 펀딩을 3회 이상 참여하면 전문가가 수익실현한 경매 번호도 알려준다고 하는 것이다. 묘지경매는 하고 싶은데 매번 패찰 당하니 펀딩에 참여해서 더 깊이 공부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펀딩에 참여 의사를 알렸고 최소 투자금이 500만 원이라고 해서 최소 투자금을 입금했고 6개월 뒤에 정말 15% 배당금까지 받았다. 은행에 넣어도 이자로 절대 받을 수 없는 금액을 돌려받게 되니 아주 흥미롭고 좋았다. 배당금을 돌려받자마자 다음 묘지펀딩이 바로 시작되었고 큰 고민 없이 다시 재투자를 했다. 약속대로 6개월 뒤에 15% 배당금과 함께 원금을 회수받았다. 그리고 궁금했던 경매 번호도 알려주어서 벌써 혜택을 받는구나 싶었다. 다음 묘지펀딩 공고가 떴는데 이번에는 4개월에 20% 배당이라고 했다. 기간도 2개월이나 단축되고 배당금도 5% 상승이라 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신청을 했다. 그 사이에 다른 다양한 수업들도 새롭게 생성되었는데 금액을 물어보니 천만 원이라고 해서 깔끔하게 포기를 했다. 그분은 유튜브 영상도 종종 올리고 블로그에 글도 자주 작성을 하면서 묘지경매 전문가의 전문성과 부를 확인시켜 주었다. 외국여행, 국내 최고급 호텔 숙박, 에르메스 VIP 초대장까지 아주 호화로워 보였다. 그래서 절대 사기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기를 친다고 해도 구매한 에르메스를 되팔면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없었고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을 돌려받기로 한 4개월째 되는 날 수익을 내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반환금을 조속하게 전달드릴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 펀딩은 이미 모집 중이었다. 다음 펀딩금으로 돌려 막기를 하라고 의견을 냈더니 모집중일뿐 아직 진행을 안 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법률대리인 연락처를 알려주며 이쪽으로 문의 및 연락을 하면 된다고 했다. 바로 법률대리인에게 전화를 하니 투자금의 5%를 먼저 돌려주겠다고 해서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사기를 당하다니... 나는 절대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살았기 때문에 충격이 컸고 굉장히 허탈했다. 공교롭게도 때마침 그때 손님께서 음식값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가셨다. 손에 쥔 현금을 바라보며

 ‘아, 손님께 받는 이 돈이 정말 귀하고 값진 돈이구나.’

깊은 울림과 동시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부를 향해 쉽게 가는 길을 없었다.

 빨리 돈을 버는 방법을 생각하고 궁리하고 검색하고 실천했던 모든 행위가 사기를 당하는 길로 향한 것이었다. 사기를 당하고 나니 빨리 부자 되는 방법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묵묵하게 해내면서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묵직한 돈을 벌 수가 있다. 더 나아가 식당 같은 경우에는 체인 사업을 통해 기하급수적인 부를 누적하면 부자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이런 수순들이 있는데 성급하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야망 때문에 사기꾼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나의 돈을 남에게 맡기는 행위는 그 돈을 포기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남에게 나의 돈을 맡겼고 절대 사기가 아니라는 확신도 무너졌다. 이 일을 계기로 남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나 자신도 믿지 않기로 했다. 중대한 결정이 있을 때에는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항상 주변의 의견을 묻고 나의 의견과 절충하여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기로 했다.


 천천히 기본을 다지며 쉽게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부를 축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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